한동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이른바 ‘용산발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당의 목소리와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제2의 당정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여당은 '갈등 평가'에 선을 그으며 해법 마련에 고심하는 눈치다.

◇ 논란 일축한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18일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및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발언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대사와 관련해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황 수석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언론 탄압’ 프레임을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특히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 대사의 출국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치열했다. 공천으로 혼란스러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사의 출국을 고리로 본격적인 ‘정권 심판론’을 부채질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황 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까지 불거지자 야당은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행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라고 쏘아붙였다.

문제는 그간 야권의 ‘공세용’에만 그쳤던 이번 사안이 여권 내부의 불안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상승세를 탔던 당 지지율이 정체된 데다 수도권 지지율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4~15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7.6%p 하락한 31.0%를 기록했다. 인천·경기지역에서도 5.4%p 하락한 36.7%에 머물렀다.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위원장이 보다 강경한 메시지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런 분위기와 맞물렸다. 한 위원장은 지난 8일 이 대사의 출국 문제에 대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전날(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 수석과 관련해서도 그는 “국민 눈높이에서 맞지 않는 발언”이라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은 이번 사태가 ‘당정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논란이 내분으로 비화될 경우 오히려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은 민심을) 맨 앞에서 느끼고 살피는 조직”이라며 “민심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갈등은) 과한 해석”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의 우려는 그치지 않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친윤계 인사들도 이러한 주장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성남 분당에 출마하는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 사퇴가 국민의 눈높이”라고 했다. 경기 하남갑에 출마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어찌 됐건 총선을 이겨야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이나 개혁들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이 대사와 황 수석의 ‘결단’을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출근길에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기자들과 문답을 ‘필요시’에만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며 당과 대통령실 간 신경전의 불씨는 남아 있는 모습이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의 입장은 그대로 간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한 위원장의 입장이 상식적인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우리가 당의 입장을 잘 설득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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