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비서실장이 레바논 동명부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임종석 서울시장 출마설이 다시 여의도 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중동특사를 떠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고,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력과 참신한 이미지가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 중에 마땅한 ‘친문’ 주자가 없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했다.

다만 임 실장 본인과 청와대는 출마설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앞서 전남지사 출마설에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는 “임 실장은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전한 뒤 “몇 달 밖에 남지 않은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겠냐”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출마 보다는 비서실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취지였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대통령 참모진 차출은 선거참패 위기에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며 부인했었다.

◇ 한국당이 차출설 진원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임 실장 서울시장 차출설은 최근 한국당 내부에서 급속히 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임 실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공개적으로 임 실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거론하는 것도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 인사들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류여해 한국당 최고위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서실장이 특사로 해외에 간 사례가 자주 있었는지 궁금하다. 중동은 왜 간 걸까. 다른 뜻이 있을까. ‘임종석 띄우기’가 아닐까”라고 반문한 뒤 “본인이 서울시장에 관심 없다면서도, 대통령의 그림자여야 할 비서실장을 공공연히 띄우는 의도가 아닐까라고,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도 류 최고위원은 임 실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전제로 “붙어볼만 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을 ‘차출설’의 진원지로 의심했다. 3선 도전을 예고한 박원순 시장 보다 임 실장을 더 쉬운 상대라고 판단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이 내세우는 선거 전략상 임 실장은 공격이 용이한 대상에 들어간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공식 비공식을 가리지 않고 “청와대는 주사파·전대협이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보수정당이 주사파가 장악한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아 대한민국을 구해내야 한다는 구호로 이어진다. 만약 전대협 출신의 임 실장이 현역인 박 시장을 밀어내고 후보로 나올 경우, 홍 대표의 선거전략 핵심 퍼즐이 맞춰지는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는 유권자에게 할 말이 있어야 하는데,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 등이 밝혀지면서 한국당이 박 시장을 공격할 명분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박 시장 보다는 임 실장을 더 편한 상대로 인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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