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가족납치 빙자형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사진은 SBS 방송화면 갈무리.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갈수록 끔찍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대출빙자형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기관사칭형에서 벗어나 최근엔 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 늘고 있는 것. 수사기관 전문가들은 이런 유형의 전화를 받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반드시 ‘의심부터 하라’고 강조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이며 돈을 요구하는 형태의 납치빙자형 보이스피싱이 최근 급증세다. 올해 9월만 해도 37건에 불과했지만 11월에는 92건으로 2.5배로 불어났다.

‘가족 납치 보이스피싱’ 협박범들의 범행수법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일단 가족 중 누군가를 납치했다며 전화를 걸어 현금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누군가가 납치된 듯 공포에 질린 목소리를 들려주며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물론 대역이다.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 납치한 가족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한다.

혹자는 ‘내 가족의 목소리를 설마 못 알아들을까’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당황하고 겁에 질린 상황에선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피해자는 크게 당황해 사기범이 요구하는 대로 자금을 송금하는 등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가족 납치 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11월 한 달간 피해건수는 92건, 피해금액은 총 5억200만원이었다. 피해액은 지난 9월 1억8,300만원(37건), 10월 2억1,600만원(3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 들어 11월까지 납치빙자형 건당 피해액은 594만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액(483만원)의 1.23배였다.

협박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변 지인이나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강조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가족의 안전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호자의 심리를 악용하는 가족 납치빙자형 보이스피싱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자녀나 부모의 현재 상황을 확인해줄 수 있는 지인의 연락처(친구, 학교, 학원, 경로당 등)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또 가족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은 경우 조용히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납치를 당했다고 하는 당사자 또는 사전에 확보해 둔 지인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당황한 나머지 사기범이 불러주는 계좌로 자금을 송금했더라도 신속하게 경찰서(112)나 해당 금융기관에 지급 정지를 신청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한편 금감원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최근 급증하고 있는 납치빙자형 보이스피싱에 대한 국민의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13일부터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문자메시지’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이동통신3사를 통해 발송한다. 이통3사는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간 각 회사 명의로 문자를 발송한다. 또한 알뜰통신사는 12월분 요금고지서(우편·이메일)를 통해 피해예방 정보를 안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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