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라가 2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와 부진한 해외시장, 높은 비정규직 비중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한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범현대가에 속하는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주)한라(구 한라건설).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 탓에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한라가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는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등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수주 제로 상태에 빠진 해외시장도 골칫거리다. 뿐만 아니다.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비중도 서둘러 해결해야할 숙제로 거론된다.

◇ 역대 최고 실적 갱신… 재무건전성은 ‘빨간불’

시평 18위의 중견건설사 한라의 행보가 매섭다.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 치웠다. 지난 2분기 40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한라는 3개월 만에 기록을 갱신했다. 올해 3분기 한라의 영업익 규모는 457억원.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1% 가까이 증가한 것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땐 120%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적자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5년 만에 적자 고리를 끊었던 한라는 올해 역시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에 이미 2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2배가 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다.

특히 한라의 3분기 실적은 6.19부동산 대책과 8.2부동산 대책, 9.5부동산 추가 대책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계속된 악조건 속에서 거둔 결실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어려워진 대외 여건 속에서도 승승장구 하고 한라. 그런 한라에게도 말 못할 고민은 있다.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재무건전성은 ‘건강하게 성장하는 영속기업’이라는 비전 실현을 방해하는 아킬레스 건으로 남고 있다.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부채비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한라의 부채비율은 46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비록 500% 문턱에 다다랐던 지난 연말에 비해 감소한 수치지만, 안정권인 200% 미만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단기 채무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적시호가 켜졌다. 1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부채비율과는 반대로 높을수록 좋은데, 한라의 경우 70%대에 머물고 있다. 이 역시 시장으로부터 ‘양호하다’는 판단 기준이 되는 200%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 해외수주 ‘0’… 비정규직 비율도 매년 오름세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한라도 저유가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한라는 올해 단 한건의 해외수주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건축, 토목, 레미콘 등 주요사업 모두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와중에 해외만이 나홀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해외에서 20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직원들의 고용안정화도 서둘러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한라에서 단기간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소폭 오르고 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축소 정책과 궤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2014년 27%대를 유지하던 한라의 비정규직 비중은 이듬해 30%를 넘더니 지난해 33%까지 증가했다. 이 수치는 올해 3분기 34%로 늘어나면서, “비정규직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을 받는 몇몇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주)한라 관계자는 “부채비율은 옵션부대출을 받은 계열사의 K에코로지스 동탄물류단지공사가 마무리되는 2019년이 되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비정규직 비중은 업계에서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이 또한 위탁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현대백화점 아울렛에서의 직원 채용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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