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울먹였다. 여든을 앞둔 그에게 검찰의 징역 7년 구형은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결국 인간적으로 호소했다.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있는 53살 된 아들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것”이 늙고 병든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소망이라는 것.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힘겹게 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기춘 전 실장의 아들 김성원 씨는 경기 용인시에 연세재활의학과병원을 개원한 전문의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쳤다. 불운이 찾아온 것은 2013년 12월31일이다. 이날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뇌출혈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김기춘 전 실장은 아들의 회복을 간절히 바랐다. 일본 차병원을 찾아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발생 당시 일본 차병원에서 면역 세포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아들이 의식불명 상태로 지금까지 누워있다. 줄기세포를 가지고 어려운 환자를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 차움병원에 가서 상담한 일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아내가 면역력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그는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도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으로 자신이 세월호 참사 당시 “시신 인양은 국정에 부담이 돼 해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저도 자식이 (사실상) 죽어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을 인양하지 말라고 하겠느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김기춘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 때와 같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는 옥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적지 않다. 실제 김기춘 전 실장은 지병인 심장질환이 악화돼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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