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숙 대법관 후보자가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의 배우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는 법조계 안팎에서 인정받는 판사로 알려졌다.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올해 28년째 판사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5년을 일했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맡았다. 뿐만 아니다.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는 등 여성과 아동이 겪는 법적 문제에 관한 연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간 대법관 후보로 수차례 거론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민유숙 후보자의 지명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인 배우자의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그의 배우자는 바로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다. 안철수 대표의 측근 인사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제기한 ‘문준용 취업 특혜 의혹’ 제보가 조작으로 밝혀지고 이를 공표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검찰이 문재인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권력의 해바라기 전념을 보여줬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출마를 검토 중에 있다. 

◇ 안철수계 남편 때문에… 판결 공정성 의심 받아

정치권에선 민유숙 후보자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민유숙 후보자는 지금까지 배우자의 선거운동에 참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정치와 거리를 둬왔다. 하다못해 문병호 전 최고위원이 인천 부평구갑 지역에서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됐을 때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때문에 주변에선 부부가 이혼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민유숙 후보자는 “참석하지 않는 게 도리에 맞다”고 생각했다.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데 우려가 더 컸다.

결국 우려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실화됐다. 2013년 이적표현물 배포 등으로 기소된 최동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편집위원장의 항소심 재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피고인 최후진술 직전 방청객들에게 발언권을 준 데 대해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유숙 후보자의) 배우자는 민주당 소속이었고, 피고인 부인이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배우자에 대한 고려”를 의심했다. 

이에 대해 민유숙 후보자는 “그 사건에 한해서만 (방청석에) 답변 기회를 준 게 아니라 제가 진행한 거의 모든 사건에서 답변의 기회를 주는 형식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고 반박하면서도 “그때 많은 질책을 받았다. 제가 좀 더 재판을 엄정하게 진행해야겠다는 마음을 잡는 계기가 됐다”고 해명했다. 최동진 위원장의 항소심 결과는 1심과 같은 징역 2년이었다.

민유숙 후보자의 배우자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논란은 계속됐다. 민유숙 후보자와 배우자인 문병호 전 최고위원이 세금 체납으로 차량을 무려 25차례나 압류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유숙 후보자는 1989년부터 2013년까지 자동차세, 교통유발부담금, 주정차위반 과태료 체납으로 4차례에 걸쳐 압류 당했다. 문병호 전 최고위원의 경우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자동차세, 주정차위반 과태료, 환경개선부담금 체납으로 모두 21차례 압류 당했다.

민유숙 후보자는 고개를 숙였다. “부적절한 점을 인정”했고,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다만 그는 공개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정정했다. 자신이 “실제로 차량을 운행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은) 두어 차례였고, 다른 것은 배우자 또는 배우자 사무실의 운전기사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 즉, 문병호 전 최고위원 때문에 민유숙 후보자가 진땀을 빼고 있는 셈이다. 민유숙 후보자는 “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민유숙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소수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이들과 일반시민들의 권리를 합리적으로 조화하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다”면서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대법관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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