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날씨가 예전에 비해 다소 오락가락한듯해 지구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적당한 온도와 푸른 하늘, 쨍한 햇살이 조화를 이루는 날이면 참 좋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나 여행을 가기에도 무척 좋을 때입니다. 저희도 주말이면 주변 공원이나 캠핑을 가서 아이들과 함께 이 계절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작년 봄에는 막내가 신생아여서 제약이 있었지만, 이제는 제법 자라서 밖에 나가는 걸 가장 신나한답니다.
셋째가 생기고 나서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둘째가 생겼을 때와 셋째가 생겼을 때의 변화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외출을 했을 때에는 정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부터 그렇습니다. 둘째까지만 있었을 때, 네 가족이 외식을 하면서 4인 테이블이 주는 안정감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이제는 테이블이 어떻게 구성돼있는지가 식당을 고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됐습니다. 4인석으로만 이뤄진 곳은 이용하기 어렵고요. 6인석이 있거나 4인석에 2인석을 붙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4인석에 4인석을 붙여야하는 곳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가급적 피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꼭 가보고 싶은 맛집을 포기하는 상황도 적지 않습니다.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고충이 있습니다. 역시 둘째까지만 있었을 때, KTX의 마주보는 4인석에 앉아 도시락과 간식을 먹었던 즐거운 추억이 생생한데요. 이제는 가족 중 누군가는 혼자 앉아야 합니다. 고속버스도 마찬가지구요. 나중에 아이들이 더 컸을 땐 일반택시를 이용해 이동할 때도 2대에 나눠타야할 겁니다.
여행을 가서 숙소를 잡을 때에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4인 가족이야 호텔이든 펜션이든 별 어려움이 없지만, 5인 가족은 상당수를 차지하는 ‘최대인원 4명’이란 제한부터 걸림돌이 됩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5인 가족이 머무르는데 무리가 없는 숙소의 경우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곳이 많긴 합니다만, 미리 연락을 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죠.
어디까지나 5인 가족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이런 것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다자녀가정을 위해 기차 좌석배치를 바꿀 수는 없죠. 숙박시설의 인원제한도 관련 규정과 안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것일 테고요. 다른 한편으론 좋은 점도 많습니다. 일단 어딜 가나 다자녀가정이라는 이유로 칭찬이나 격려를 듣곤 합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간식이나 서비스를 주시기도 하죠. 할인 등 각종 다자녀 혜택도 많습니다. 공영주차장 할인은 특히 쏠쏠합니다.
다만, 때로는 다소 서운한 감정이 들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마주하게 되는데요. 한 번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성격의 행사인데, 한 팀당 최대인원이 4인으로 제한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좌석이 있거나 해서 인원제한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음에 도요. 그래서 따로 문의를 해보니 등본 등으로 확인이 되면 5인 가족의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이후에 관련된 안내도 변경됐고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다자녀가정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겁니다. 가족 관련 행사였음에도 말이죠.
가족단위의 이용이 많고 여건상 문제가 없는 경우 기본적으로 기준인원 및 최대인원이 4인이지만 다자녀가정은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각종 시설들이 많은데요. 이러한 점이 따로 안내돼있는 곳도 많지만, 그렇지 않아 가능할지 고민하거나 문의를 하는 일도 꽤 자주 겪는 일입니다. 4인 이하 가족이 대다수인건 맞지만, 5인 이상 가족도 있으니 이런 불편을 겪지 않도록 미리 안내해주면 좋겠습니다.
또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2자녀나 3자녀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나 설움, 불만을 토로하는 다자녀가정의 이야기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자녀가정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 건데요. 다자녀가정에게 여러 가지 지원과 혜택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어린 다자녀가정이 충분히 이용 가능한 숙박시설의 경우 확인을 거쳐 인원제한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겁니다. 또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는 곳을 비롯해 다자녀가정에 친화적인 숙박시설을 인증해 그에 따른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자녀가정은 숙박시설을 찾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던 고충을 덜 수 있고, 숙박시설 입장에서도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어 좋지 않을까요. 관광객 유치가 중요한 지방에서는 특히 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