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들이 TV광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고금리 대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부업체 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단박에’ ‘여자니까’ ‘한 번에’ 등 지나친 편리주의를 강조한 광고를 금지하고 소액대출 소득 심사 면제 폐지 등이 주요 골자다. 또한 채권추심 등의 위험성 등도 음성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가 TV와 IPTV(인터넷TV)에만 적용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대부업 광고 규제, TV만 적용?... “온라인·모바일은 무법천지”

“즉시 대출 가능!” “전화 한 번이면” “여자니까 안심 대출”

TV에서 나오는 대부업체 광고 내용들이다. 감성적인 마케팅과 여성들에게 ‘안심’ 등을 강조하며 쉬운 대출을 유도하는 대부업 광고들. 앞으로 이 같은 표현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대부업 광고 규제와 대출 심사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했다.

우선 금융위는 대출을 유도하는 문구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대신 고금리 추심에 대한 위험성 정보를 반드시 음성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또한 3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시 면제됐던 소득심사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또 금융위 등록업체를 우선으로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해나가기로 밝혔다. 다만 저소득·저신용자들의 경우 병원비와 장례비 등 긴급자금 대출은 예외적으로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대부업을 이용하는 저소득 취약계층이 또 다시 고금리 빚을 막기 위해 대부업에 발을 들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상환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한 대출을 하지 않도록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빚 권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를 위한 규제가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대부업 광고는 이미 TV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2015년부터는 공중파에서는 대부업 광고가 전면 금지됐고, 종편과 케이블에서도 광고 시간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부업체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실제로 국내 대부업체가 지난해 종편광고 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은 80억원이다. 케이블 광고는 280억원을 집행했다. TV규제가 있기 전인 2014년 케이블 광고비용은 471억8,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TV 광고가 점차 어려워지자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대부업체의 인터넷 광고비용은 2012년 74억원에서 2015년 217억원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93억9,200만원이 집행됐다.

여기에 SNS에서는 아예 불법대부업 광고가 활개를 치고 있다. 심지어 1억원까지 대출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곳도 있다. 불법사금융의 경우 광고 자체가 불법이지만, 당국의 감독이 미치지 않다보니 점점 무법지대가 되고 있다.

21일 SNS에서 ‘대출’을 검색하면 ‘당일 ok’ ‘무직 ok’ ‘신용불량자 가능’ 등의 자극적 광고가 쏟아져 나온다. <시사위크>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부업체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규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TV보다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광고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를 하려면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조사한 결과 대부업체들은 전부다 법으로 정한 최대 금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이익보다 해가 더 많은데도 대출을 부추기는 것이 대부업 광고다. 때문에 TV든 인터넷이든 최대한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 청년·여성·노년 대부업 위험노출 ‘빨간불’

대부업체 광고는 주부와 청년, 노년층 등 금융취약 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여성들의 추심 공포를 이용한 전용 대출 상품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번 금융위 방침에 따라 향후 ‘여자니까’ ‘여성안심’ 등을 내세우는 광고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는 온라인과 모바일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논의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대부 상위 20개사 직업별·연령별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대부업체들은 소득능력이 약한 주부, 대학생, 일용직 등 총 35만 명에게 9,4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중 대부분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주부가 29만1,103명에 달했다. 대학생도 151명(2억원)이나 있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2015년 1분기 기준 대부업체 상위 10곳과 여성대출상품 TV광고를 하는 3곳의 신규 대출 건수가 21만1,392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여성 대출은 10만5,804건으로 50.1%를 차지했다. 여성대출은 2012년 41.8%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금융 당국은 상위 20개 대부업체 여성 고객이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부터 지상파 광고 폐지와 여성 타깃 대출 광고 금지를 촉구해 왔었다”면서 “ 때문에 금융위가 여성을 강조한 광고를 금지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해당 규제가 온라인과 모바일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향후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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