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2017년 어느 날, 나는 울돌목에 섰다.

“둘이 합쳐지는 곳엔 언제나 거친 물살과 울음이 있다... 한쪽이 한쪽을 보듬는 일이 아프다고 난리다. 마음 섞는 일이 전쟁이다.”

문숙 시인의 詩 ‘울돌목’의 한 구절을 되뇌어 본다.

刀(칼 도). 전쟁.

1597년 울돌목 그곳, 명량해협에선 칼이 춤을 췄다. 포탄과 화살이 빗발치는 싸움터에서 조선 수군은 적의 머리를 잘랐고, 왜군은 죽어가며 울부짖었다. 밀려드는 왜선들은 점점 더 좁아지고 빨라지는 역류의 물길 속으로, 울돌목의 아가리 속으로, 지 죽을지도 모르고 다가갔다. 그렇게... 울돌목은 죽음의 칼을 삼켰다.

2014년 울돌목에서 13㎞ 떨어진 그곳,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칼이 춤을 췄다. 자신만 살겠다고 승객을 뒤로하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다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친 국가기관, 해경을 해체하며 책임을 전가했던 대통령과 정치권. 이 시대에 만연해 있는 이기심이, 300여 귀한 생명을 사지로 내몰았고, 울돌목은 또 한 번 죽음의 칼을 삼켰다.

道(길 도). 탄핵.

세월호에서부터 최순실 국정농단까지. 나라 살릴 길을 찾아 민초가 일어났다.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전역을 뒤덮었고, 2017년 3월 10일,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대한민국과 국민은 길을 찾았다. 칼춤도 끝났다.

그런데 아직, 대한민국 정치판은 칼춤을 추고 있다. 서로 다름이 만나는 판이다 보니 시끄럽고 아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서로에게 준 상처들이 ‘가슴에 박혀 암초’가 되어 가고 있다.

到(이를 도). 상생(相生).

그 암초를 넘어 상생의 길로 가자.
칼을 삼킨 바다는, 더 이상 죽음의 칼을 삼키고 싶지 않다.
가슴에 칼을 묻은 바다는 속으로 울뿐.

이제, 바다는 대한민국 미래를 실은 희망의 배가 순항하도록 상생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겹겹이 쌓인 암초를 넘어 상생의 길을 가자.
과거에 갇힌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전진하자.

이순신 장군은 지금도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몇 배의 힘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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