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징역 9년형을 확정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때 잘 나가던 회사가 있었다. 각종 협력업체를 비롯해 수만 명의 삶의 터전이었고,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다. 국가적으로도 산업의 기둥이자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 회사의 겉모습은 허울에 불과했고, 속은 썩을대로 썩어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야기다.

대우조선해양의 심각한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9년 만에 다시 돌아온 정성립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방치돼온 손실들을 줄줄이 발견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적자를 발표했고, 대규모 혈세가 투입된 끝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정성립 사장 이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끈 것은 고재호 전 사장이다. 그가 있던 시절 대우조선해양은 업황부진 속에서도 견고한 실적을 발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이것이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이후 재무제표 수정을 통해 드러난 실적은 형편없었다.

고재호 전 사장은 연임을 꿈꾸기도 했다.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을 통해 청와대에 연임을 청탁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고재호 전 사장은 송희영 전 주필의 처조카를 기준에 미달함에도 불구하고 채용하고, 금품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희영 전 주필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잘못된 경영이 남긴 상처는 너무나도 컸다. 대우조선해양은 본사 건물을 비롯해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았다. 미래를 위해 추진했던 마곡지구 R&D센터도 물 건너갔다.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생업을 유지하던 많은 이들은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었고,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활력을 유지하던 지역경제도 침체를 면치 못했다. 또한 수조원의 국민혈세가 뒷수습을 위해 투입됐다. 이러한 후폭풍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고재호 전 사장은 법의 단죄를 받게 됐다. 대법원 1부는 지난 24일 5조원대 분식회계 및 21조원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재호 전 사장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핵심 장본인 중 한 명인 고재호 전 사장의 법적 처벌은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그가 남긴 그림자는 여전히 많은 이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