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새롭게 군납할 4개 담배 브랜드 선정 결과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선점을 위한 승부가 한창인 담배업계에서 또 다른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어 이목을 끈다. 연간 1,300억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군 마트(PX) 납품 자격을 얻기 위한 국내외 담배회사들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 독점 체제가 깨진 KT&G가 수성에 나설 수 있을지, 아니면 군납 시장의 문턱을 넘은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입지가 더욱 확산될지 여부 등이 관심거리다.

◇ 독점 무너진 KT&G… 안방서 자존심 지키나

국내 유일의 담배 회사 KT&G가 안방에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이번 입찰은 국내 군납 시장에서 절대권 권한을 행사해 온 KT&G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축소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요한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9년 만에 텃밭이던 군납시장에 외국산 담배의 진입을 허용한 KT&G는 또 한 번 입지가 줄어들 기로에 놓인 것이다.

지난 9년간 군납시장은 KT&G의 독무대였다. 2007년 국방부가 병사용 면세담배 보급을 중지시키고 연초비를 대신 지급하면서부터 외산 담배들이 설자리를 잃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수년째 군납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외국계 기업들은 이에 반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행동에 나선 끝에 지난해 필립모리스와 JTI코리아(Japan Tobacco Inc.)가 높은 군납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

KT&G로서는 군에 납품되는 총 20개 브랜드 가운데 2자리를 내준 셈인데, 내년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판매 부진 탓에 퇴출 결정이 내려진 4개 브랜드 모두가 KT&G의 제품이라서다. 지난 20일 마감한 국군복지단의 ‘2018년 일반담배 납품 품목 선정’ 입찰에서 4자리 모두를 외국산 브랜드에 내준다면, KT&G의 군납 브랜드는 현재 18개에서 순식간에 14개로 줄어들게 된다. KT&G는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퇴출 된 4자리 중 한곳이라도 되찾아야하는 상황이다.

BAT코리아(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의 신규 입성도 관심거리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4개 담배 기업 가운데 BAT코리아만이 군 PX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와 JTI코리아가 군납업체로 선정되는 경사를 맞이하는 가운데서, BAT코리아는 나홀로 쓴맛을 봐야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2002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담배회사 중 최초로 경상남도 사천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등 입찰 선정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면서 “BAT코리아만의 우수성을 어필해 올해엔 꼭 군납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 국내 생산 ‘제로’… JTI코리아의 이유 있는 반항

이번 입찰이 업계 안팎의 큰 관심 불러 모으고 있는 배경엔 JTI코리아가 있다. JTI코리아는 군납 자격에도 해당되지 않는 ‘수입산 담배’로 입찰에 참여해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군납 담배의 경우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납품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JTI코리아는 이를 무시한 채 입찰 참가를 강행했다.

JTI코리아는 글로벌 기업에 걸맞지 않게 소위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인데, 이는 지난해 11월 국방부가 이 회사의 ‘뫼비우스 윈드블루 LSS’ 중 일부가 러시아제로 밝혀지면서 4개월 판매 정비 결정을 내린데 대해 불만을 담은 행동으로 해석된다. 실제 JTI코리아는 “납품된 러시아산 담배는 소량 이었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쯤 OEM(위탁생산)을 맡긴 KT&G와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전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는 JTI코리아가 국내 규정을 무시한 채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담배기업 4파전이 펼쳐지고 있는 내년 군납 입찰 최종 결과는 이르면 오는 28일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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