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2017년에도 나영석 PD는 ‘열일’했다. tvN ‘신서유기’, ‘삼시세끼’ 시리즈 외에도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이하 알쓸신잡)’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 올 한 해 방송가를 장악했다.

2017년 tvN 예능은 ‘신서유기’로 시작해 ‘신서유기’로 끝났다.<프로그램 공식 포스터>

◇ 시작도 끝도 ‘신서유기’

‘신서유기’로 시작해 ‘신서유기’로 끝났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신서유기3’을 시작으로 ‘신서유기4’(6월~8월), ‘신서유기 외전-꽃보다 위너’(11월)와 ‘신서유기 외전-강식당’(12월)까지 올해에만 무려 네 개 버전의 ‘신서유기’가 시청자들과 만났다.

‘신서유기3’은 여섯 명의 남자들(강호동·이수근·은지원·안재현·규현·송민호)이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 각종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즌 1,2에서 4인 체제를 유지했던 ‘신서유기’는 시즌 3에서 슈퍼주니어 규현과 위너 송민호를 합류시키며 더욱 풍성한 재미를 안겼다. 특히 매사에 비관적인 모습의 신선한 캐릭터를 입은 규현과 ‘허당’ 매력을 뽐내며 ‘송모지리’라는 별명을 얻은 송민호는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재미를 더했다. 같은 멤버들로 꾸려져 베트남으로 장소를 옮긴 ‘신서유기4’는 단단해진 팀워크로 무장, 더욱 강력한 웃음을 선사했다.

‘신서유기4’는 ‘꽃보다 청춘 위너’와 ‘강식당’ 탄생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신서유기4’에서 송민호가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코끼리 코 돌고 돌림판 상품 손가락으로 찍기)을 너무나 쉽게 해낸 후 소원으로 위너 멤버들과 ‘꽃보다 청춘’을 찍고 싶다고 말한 것이 성사가 됐다. ‘강식당’도 ‘신서유기4’에서 꺼낸 이수근의 말 한마디로 실현됐다. 호주로 여행을 떠난 위너 멤버들의 모습을 담은 ‘꽃보다 청춘 위너’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착한 예능’으로 호평을 받으며 종영했다. ‘윤식당’을 패러디한 ‘강식당’은 최고 시청률 8.2%(닐슨코리아 기준)로 ‘신서유기’ 본방송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삼시세끼 바다목장편’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프로그램 공식 포스터>

◇ ‘삼시세끼’가 빠지면 섭하지

8월부터 10월까지 방송된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은 여름 득량도를 배경으로 이서진과 에릭, 윤균상이 출연했다. 나 PD는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가며 세끼를 해결한다는 반복적인 콘셉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매회 새로운 게스트를 투입하며 환기시켰다. 특히 첫 번째 게스트로 등장한 한지민은 털털한 매력으로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앞서 드라마 ‘이산’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서진과의 티격태격 ‘현실 남매 케미’도 재미를 더했다.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에서는 목장을 운영하며 산양유를 생산, 새로운 자급자족 방법이 추가됐다. ‘삼시세끼 정선편’ 가족이었던 산양 잭슨이 할머니가 돼 그의 가족들과 함께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또 직접 생산한 산양유는 득량도 주민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달되며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은 최고 시청률 10.6%(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 새로운 프로그램 론칭, ‘신혼일기’·‘윤식당’·‘알쓸신잡’

나 PD ‘열일’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론칭이다. ‘신혼일기’(2월~3월), ‘윤식당’(3월~5월), ‘알쓸신잡’(6월~7월) 등 무려 세 개의 프로그램을 론칭시켰고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시즌2까지 제작됐다.

나영석 사단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이어 론칭했다. <‘신혼일기’·‘윤식당’·‘알쓸신잡’ 공식 포스터>

사실 ‘신혼일기’는 나 PD의 아픈 손가락이다. 배우 구혜선·안재현의 신혼생활을 공개하며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 ‘신혼일기1’은 최고 시청률 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지만 장윤주·정승민 부부와 오상진·김소영 부부가 출연한 ‘신혼일기2-가족의 탄생’(9월~11월)은 마지막 회에서 1%대 시청률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나영석 사단이 연출한 프로그램 중 가장 낮은 기록에 해당한다.

반면 ‘윤식당’과 ‘알쓸신잡’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노배우 윤여정을 전면에 세운 ‘윤식당’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나 PD의 ‘페르소나’ 이서진과 첫 예능에 도전하는 정유미 그리고 아르바이트생 신구가 함께 했다. “이 프로그램이 정말 될 거라고 생각하냐”라던 이서진의 의심과 달리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6.2%(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윤식당’은 최고 시청률이 14.1%까지 치솟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윤식당’은 내년 1월 5일 시즌 2로 돌아온다. 특히 배우 박서준의 합류 소식이 전해져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쓸신잡’은 메인 MC 역할을 맡은 가수 유희열과 작가 유시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과 소설가 김영하 그리고 과학자 정재승이 국내를 여행하며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펼치는 ‘수다 여행’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예능인이 아닌 지식인들을 내세운 ‘알쓸신잡’에 대해 일각에서는 ‘위험한 시도’라며 의문을 품었지만 뚜껑이 열리자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출연진들은 예능인 못지않은 남다른 입담과 환상적 ‘케미’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여행지로 향하는 버스(또는 기차)에서 시작돼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끝없는 수다에 시청자들도 눈을 떼지 못했다. 지식을 얻는 재미도 더해졌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종영 후 네 달 만에 ‘알쓸신잡2’가 방송됐다. 김영하와 정재승이 하차하고 건축가 유현준과 과학박사 장동선이 자리를 채웠다. 시즌 1의 시청률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평균 시청률 6%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나 PD, 멈추지 마오 

‘국민 예능’ KBS 2TV ‘1박2일’을 탄생시키고 CJ E&M으로 이적해 론칭하는 프로그램마다 줄줄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나영석 PD는 이제 단순 연출자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시청자는 그를 ‘믿고 보는 연출자’로 인식한다. 그가 ‘열일’을 멈추지 않는 한 ‘나영석 매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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