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경제는 어떤 이름들로 기억될까.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 해의 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2017년은 세계 경제계에 많은 변화가 있던 한 해로 기억될 예정이다. 주요국 금융기관들이 통화정책방향을 재설정하는 한편, 새로 부상한 정치가들이 자신만의 경제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 발 앞선 경영전략으로 명성을 드높인 CEO들도 있다.

‘올해의 경제인’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인물들에는 누가 있을까. 국제경제·금융계에 미친 영향력과 화제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판단된 인물 5인을 선정했다.

 

비트코인의 개발자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으로 알려져있다. <픽사베이>

◇ 5위: 나카모토 사토시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개발한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투자시장의 중심에 섰다. 일본식 이름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가명이며, 그가 일본인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시스템 엔지니어와 암호학자들이 사토시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아직까지 그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2009년 1월에 첫 거래를 성공시켰던 비트코인은 8년이 지나 꽃을 피웠다. 1월 1일 953달러로 시작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6월 중순에 2,990달러, 8월 말에는 4,500달러로 부풀어 올랐다. ‘진짜’는 그 다음이었다. 11월 12일부터 12월 17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1만3,000달러 이상 상승했다. 역사적으로도 짝을 찾기 힘든 가격상승폭이다.

개발자의 가명인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최소단위를 뜻하는 화폐단위로 사용되고 있다. 소수점 아래 8자리까지 분할이 가능한 비트코인의 특성에 따라 1사토시는 1억분의 1비트코인을 뜻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좌)과 마 윈 알리바바 회장(우). <뉴시스/AP/신화>

◇ 4위: 제프 베조스 & 마 윈

글로벌 유통기업의 대표주자인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두 회장이 4위로 선정됐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올 한 해 342억달러를 벌어들이며 빌 게이츠를 밀어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남자로 등극했다. 11월 말 기준 그의 순자산은 996억달러(약 106조원)로 집계된다. 마 윈 알리바바 회장은 자사의 할인이벤트 ‘광군제’를 세계 최대의 쇼핑축제로 탈바꿈시켰다. 포브스는 지난 3월 마 윈 회장을 ‘세계의 지도자’ 2위로 선정했다(베조스 회장 5위).

두 기업에게 유통시장의 왕자 지위를 안겨준 것은 다름 아닌 신기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다.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44.2%를 점유한 아마존은 인공지능 쇼핑도우미 ‘알렉사’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주문을 한 발 빨리 파악하는 ‘예측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는 중이다. 중국과 미국에 다수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올해 유럽지역에서도 활동영역을 넓히며 아마존과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 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신화>

◇ 3위: 시진핑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시 황제’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강대한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중국은 10월 말 열린 전당대회를 통해 앞으로도 시진핑 중심의 지휘체계를 유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 올해 시진핑 주석은 의료·통신기기·에너지산업 등 자국의 미래 유망업종 육성계획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과 패권다툼을 벌였다.

지난 11월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35억명의 인구와 전 세계 경제력의 3분의 1을 포괄하는 이 다자무역협상에는 한국과 일본·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며,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중국이다. 비록 중국의 경제정책방향이 고도성장 대신 경제구조의 투명성과 내수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맞춰져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축소될 것 같지는 않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AP>

◇ 2위: 재닛 옐런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역과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거쳐 ‘세계 경제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옐런 의장에게도 2017년은 쉽지 않은 해였다.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작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금리인상속도도 조절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수천만 명의 투자자들이 옐런 의장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그 파급력은 현대화된 금융제도를 이용하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연준의 긴축통화정책은 올해 완전히 제 모습을 갖췄다. 연준은 지난 10월부터 월 100억달러 규모의 자산감축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옐런 의장은 올해만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한편, 목표치를 밑도는 물가상승률을 경계하며 시장에 대기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내년 중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도 밝힌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2일(현지시각)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조사 결과 옐런 의장이 응답자 60%로부터 ‘A’학점을 받아들었다고 보도했으며,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옐런 의장이 직무를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금리·통화·조세정책 등을 두고 그녀와 숱한 의견충돌을 빚어온 트럼프 대통령 또한 옐런 의장의 태도와 성과에 대해 “훌륭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종료된다. 공석을 물려받는 것은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AP>

◇ 1위: 도널드 트럼프

누가 뭐래도 2017년의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였다. 그 누구도 트럼프만큼 독선적이거나 파격적이지 못했다.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으로 아메리카 합중국의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얻어낸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언과 행보로 만인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올 한 해 세계는 좋든 싫든 ‘트럼프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해부터 자신의 공언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갔다. 올해 1월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 협상에서 탈퇴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조약이 발효된 북대서양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도 재협상을 지시했다. 국제적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던 다자무역주의 대신 양자무역협상을 추진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는 감세안에 서명했으며, 그의 다음 목표는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계획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막대한 정부적자를 감내하면서까지 ‘트럼프식 처방전’을 내린 셈이다. 세계 각국은 올해도, 내년에도, 아마도 그 다음년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결과를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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