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국내 자동차업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8년 국내 자동차업계는 ‘대체로 흐림’이었다. 일부 모델과 브랜드는 준수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뒷걸음질을 면치 못했다.

맏형인 현대자동차는 그랜저의 압도적 기세와 함께 내수시장에서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코나가 소형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제네시스 브랜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등도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중국발 악재 등이 겹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노조와의 힘겨루기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올해는 현대차 노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단협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

기아자동차는 모닝과 K5가 해당 세그먼트에서 다시 예전의 위치를 찾았고, 새롭게 선보인 스팅어와 스토닉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역시 전반적인 판매량 감소와 노사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외국계가 섞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는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판매량은 급감했고, 사장은 2년차에 나란히 교체됐다. 한국지엠은 노사갈등과 철수설까지 겹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다시 판매실적 꼴찌로 내려앉고 말았다.

쌍용자동차는 그나마 웃었다. 티볼리는 경쟁모델의 등장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G4 렉스턴을 출시하며 SUV명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일찌감치 임단협을 타결하는 등 노사관계도 원만했다. 오랜 기간 변화를 주지 못했던 체어맨을 단종한 것 정도만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주춤했던 수입차업계는 다시 반등에 나섰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부재 속에서도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였다. 벤츠와 BMW의 상승세와 치열한 3위 다툼이 낳은 결과다.

◇ 2018년도 전망 어두워

문제는 다가오는 2018년의 전망도 썩 밝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은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으로 새해를 시작할 전망이며, 국내외 시장 환경도 금세 나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판매량 감소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구조조정 등 내부갈등도 불가피하다.

2018년 위기 극복 및 반등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로는 ‘선택과 집중’, ‘친환경·미래기술’, ‘노사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은 시장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가장 행보를 보인 쌍용차의 핵심 비결은 소형SUV 티볼리였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소형SUV 시장에 경쟁력 뛰어난 모델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고, 3년째 그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현대·기아차 역시 올해 소형SUV를 선보였고 좋은 실적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이 시장에 먼저 진출했던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경쟁모델 등장에 뒤처지며 선점효과를 빼앗기고 말았다.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놓지 못했던 아슬란과 체어맨을 올해 떠내 보냈다. 자존심보단 실리를 챙긴 것이다. 이밖에도 깊은 판매부진에 빠진 모델이 적지 않은데, 빠른 결단과 시장 변화에 발맞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아울러 각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전략도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모델은 국내에선 인기가 떨어지지만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반대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국내 출시에 대한 기대가 큰 모델이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해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엑센트와 프라이드의 국내 단종을 결정하고, 해외에서만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에 있어 친환경·미래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향후 몇 년 내에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량과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면, 세계무대에서 한층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관건은 노사관계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은 올해 임단협조차 마무리 짓지 못했다. 르노삼성도 그동안과는 달리 다소 잡음이 있었고, 쌍용차는 여전히 해고자 문제가 남아있다. 이 같은 노사갈등은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며,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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