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2018년 무술년 새해에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에 직면할 전망이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2018년 무술년 새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새판짜기를 마무리한 금융권은 신년을 앞두고 각오를 단단히 다잡고 있다. 올해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던 금융권은 내년에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사업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다 새로운 정책기조와 규제 강화, 각종 불확실성 요인들이 금융권을 휘감고 있다.

◇ ‘금리 인상기’ 맞이한 금융권… 업권별로 ‘희비’

세계 통화정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됐던 초저금리 시대는 미국이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6년5개월만인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 이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금리인상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도 긴 잠을 깨고 본격적인 상승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면서 업권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뉴시스>

이같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업권별로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우선 은행과 보험업계는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금리가 인상되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역시 역마진 개선과 투자부문 운용자산 이익률 상승이 기대된다. 반면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는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졌다. 카드사들은 시중금리가 높아질수록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가뜩이나 가맹점 수수료와 연체 가산금리 인하 압박으로 시름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내년 보릿고개가 예고되고 있다. 증권사 역시 기준금리 인상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 형편이다.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 평가 손실 우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규제 강화… ‘생산적 금융’ 정책 발 맞추기 ‘분주’

다만 금리인상 기대감만으로 은행과 보험업권의 실적 전망을 장밋빛으로 속단하긴 어렵다. 산업은행은 지난 21일 ‘2018년 경제·금융·산업 전망’ 책자를 발간하며 “은행의 경영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은행은 “내년 은행 수익성은 시장금리 상승, 기업신용위험의 감소, 비용효율성 개선 등 우호적 요인과 가계부채 관리, 바젤Ⅲ 등 규제강화 추세, 경쟁심화 등 비우호적 요인이 혼재해 전년과 유사하거나 낮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심사에 신(新) DTI가 도입되는 등 각종 제도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인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생산적 금융’은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에 치중한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신기술과 혁신기업 등 생산적인 분야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자는 금융 정책기조다. ‘포용적 금융’은 저신용·저소득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이자부담 완화, 장기연체자 재기지원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자는 구상을 뜻한다. 금융사들은 이같은 정책 기조에 맞춰 대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보험업권은 규제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을 대비해 내년에도 자본확충에 분주한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 “먼저 선점하자”… 핀테크ㆍ디지털 금융시장 경쟁 격화

디지털금융 시장 선점 경쟁도 내년 더욱 불타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고 각종 핀테크 기술이 금융서비스에 도입되면서 금융권은 디지털금융 시대를 본격 맞이했다. 이같은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빅테이터 등 선진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금융서비스 기술 개발에 강한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본격 맞이한 금융권이 관련 기술을 도입한 금융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감정인식 로봇 '페퍼'가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올해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단기간에 가입자수와 여ㆍ수신액 규모를 끌어올리며 시장의 경쟁을 촉발시키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예상치 못한 선전에 놀란 은행권은 비대면채널 강화, 수수료 인하, 예·적금 금리인상 등으로 맞선 바 있다. 내년 이같은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사들은 내년 경영 화두로 ‘디지털 금융 강화’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해 핀테크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마쳤다. 핀테크 전문가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글로벌 시장 새로운 격전지

여기에 글로벌 시장은 내년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사들은 내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각종 규제에 발목잡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사 수장들은 디지털 금융과 함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주요 경영 계획으로 잡았다.

우선 은행권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200개 이상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목표치를 채우면 해외 네크워크는 500개로 불어난다. 신한금융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은행사들이 내년 해외 시장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예고했다. <뉴시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글로벌 사업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로 글로벌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KB금융도 내년에는 경쟁에 뛰어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아시아 리딩뱅크 도약’을 새로운 경영 화두로 제시하고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에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카드사도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 지배구조 개선 압박↑… 근로자추천이사제 ‘뜨거운 감자’ 

내년에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시스템에 미흡한 점이 많다며 개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KB금융과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제재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또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배구조 운영 실태를 집중적으로 검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도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갖고 경영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근로이사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실제로 정부 출범 후 이같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이같은 정부기조는 민간 금융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금융권 노동계와 금융사들은 올해부터 이 제도 도입을 놓고 공방을 시작한 모양새다. 내년에는 신경전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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