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위원회가 자율주행 등 산업 성장에 필요한 위치정보보호법을 개정한다. 규제를 완화해 신산업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사진은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 기술 설명 사진. <웨이모 홈페이지>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위치정보보호법이 개선된다. 국내 기술적·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에 나선다. 우리나라의 규제 강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인 탓에 신산업 성장의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이번 규제 완화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위치정보, 사용자 ‘방패’ 사업자 ‘창’… 모두에게 필요한 문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보호법)은 위치정보의 오·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국민 생활 향상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주로 지도, 내비게이션 등 장소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영향을 받는다. 위치 정보는 사생활과 맞닿아 있는 만큼 개인의 신상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동의가 없는 위치 정보 수집은 범죄에 해당한다. 구글이 최근 ‘빅브라더’라는 비난을 받은 이유다.

구글은 지난달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무단 수집, 본사로 전송해 논란이 됐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설정 내 위치서비스 사용을 중지한 것은 내 위치를 수집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나 구글이 이 같은 사용자 설정을 무시하고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국내에서도 10명 중 8명의 개인정보가 구글 손으로 들어갔다. 이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독재자 빅브라더에 비유하며 ICT산업의 ‘빅브라더’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위치정보보호법은 신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과도한 규제 및 관행은 새로운 융·복합 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이하 4차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규제는 OECD 국가 중 4위다. 이 같은 규제가 전 세계 기업가치 10억불 이상 유니콘 스타트업 186개 중 국내 기업이 3곳(2%)에 불과하게 만든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상황이다. 구글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100만개 중 4분의1 수준의 앱이 위치정보를 활용한 앱이다. 규제 완화 등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배경이다.

◇ 자율주행·IoT, 풀리는 규제… ‘카풀앱’은 제외

다만, 이번 4차위 발표에서 카풀앱 규제 논의는 제외됐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입장 차이가 줄어들지 않아 이르다는 판단이다. <디디추싱 홈페이지>

4차위는 지난 27일 KT 광화문지사에서 제1차 규제·제도 개선 해커톤에서 마련된 규제 개선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위치 정보’에 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됐다. 개인의 위치정보는 사전 동의가 원칙이지만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경우 ‘사전고지’ 방식으로 개정된다. 동의를 얻지 않아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고지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위치정보 사업자, 위치기반 서비스사업자 등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허가·신고 등 진입 규제 항목을 대폭 완화해 국내에서도 우버, 리프트 등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길을 연다.

자율 주행, IoT 등의 신산업 생태계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들 산업은 모두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ICT스타트업이 성장할 길도 열리게 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향후 확대되는 시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4차위는 이번 결정을 통해 미래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에 따른 책임은 강화한다. 개인의 위치정보를 유출하거나 오·남용하는 등 위법행위를 할 시 과징금 수위는 더 높아지는 등 사후 책임은 커진다. 구글이 저지른 행위가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이번 규제 완화 시기가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비식별 및 사물위치정보는 이번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다. 카풀앱에 대한 규제는 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미국, 중국 등 국가의 차량공유 업체들은 몸집을 불린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우버’와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디디추싱의 기업가치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와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무바달라개발공사가 디디추싱 펀딩에 참여함에 따라 디디추싱의 현금 보유액은 120억달러에 달하게 됐다.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60억달러(약 60조원)로, 우버의 기업가치 480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이들의 성장 배경에는 규제 완화 등으로 신산업을 지원한 정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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