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인 동시에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야권 주요정치인의 정치적 생명과도 연결돼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이 본격적인 선거 채비에 들어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권 중간평가’라는 의미에서 양보할 수 없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야권은 주요 인물들의 생사가 걸렸다는 점에서 격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당은 민주당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넘나들고 있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를 비롯해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나갈 후보자들이 즐비하다. 큰 틀에서 공천룰도 합의되는 등 내부적 갈등요소도 크게 분출되지 않고 있다.

◇ ‘정권심판론’ 아닌 ‘야권 주도세력 교체론’이 화두

무엇보다 정권출범 1년이 막 지난 시점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야권의 단골메뉴인 ‘정권심판론’이 먹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정권핵심 인사의 비리·부패 범죄 혹은 실정이 있어야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을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과거 의혹 외에 딱히 드러난 것이 없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주요인사에 대한 수사가 활기를 띠는 상황이다.

경제상황도 딱히 흠을 잡기 어렵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달성했고 GDP는 2만9,700달러로 3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2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올 봄에는 3만 달러를 이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논리대로라면 당분간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실업률이 높아지더라도 문재인 정부 탓을 할 수 없게 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70%를 넘나들었고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60% 이상 지지를 받았다. <데이터=동아일보, 리서치앤리서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발 통합론도 민주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했을 경우 지지율은 14.2%로 10.1%에 그친 자유한국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잠재적인 보수지지층 표심을 끌어온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40.8%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안철수발 통합론은 민주당보다 한국당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 참신한 인물 영입도 ‘글쎄’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나오는 ‘색깔론’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평창올림픽 한미훈련 연기’ 등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60% 이상 지지했다. 홍준표 대표의 주장에 그나마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 청와대 인사들이 대거 선거에 출마해야 하지만, 임종석 실장을 포함해 대부분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참신한 인재 발굴도 쉽지 않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홍정욱 전 의원, 장제국 교수,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을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출마를 고사하면서 인재영입은 초장부터 꼬이게 됐다. 확실한 영입이 이뤄지기 전 언론에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지만, 당의 지지율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 영입이 더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따라서 야권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를 공략할 포인트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선거까지는 앞으로 6개월 정도 남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6개월이면 조선왕조 동안 일어났던 일이 다 일어난다”며 “선거 전 6개월 판세가 그대로 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는 지난 달 29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응답자는 1,005명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체응답률은 12.1%다.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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