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을 찾아 영화 '1987'을 관람하기에 앞서 관람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치권에 영화 ‘1987’ 열풍이 불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1987’을 관람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오는 9일 ‘1987’을 볼 예정이다.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1987년 6월 항쟁을 다룬 영화지만, 각 정당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그 의미를 ‘재해석’했다.

정치인이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감상평’을 내는지는 늘 정치권의 화두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휴가’를 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제시장’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1987’을 택했다.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영화 관람이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고 난 뒤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로 봤던 (1980년 5월) 택시운전사의 세상, 그 세계를 6월 항쟁으로 끝을 낸 거다. 그리고 이후 정권교체를 하지 못해서 여한으로 남게 된 6월 항쟁을 완성시켜준 게 촛불항쟁”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도 같은 영화를 봤지만 감상평은 달랐다. 그는 “함께 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교훈이 생각났다”고 했다. 안 대표는 “1987년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정말 중요한 이정표가 된 해이자 개헌이 된 해”라면서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민주화가 되었는지와 그때의 정신을 되새겨 공감대가 형성되면, 올해 개헌논의에 더 많은 국민들의 열망이 모이기를 기대한다”고 ‘개헌’에 힘을 싣기도 했다.

영화의 메시지를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8일 ‘1987’을 관람했다. 박지원 의원은 영화를 보고 난 뒤 “합당 열차는 87년 유신역으로 돌아가는 보수대야합 급행열차”라며 “오늘 영화를 통해서 우리 모두 보수대야합을 저지하고 국민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국민의당이 되자고 다짐하자”라고 밝혔다.

앞서 안 대표와 함께 ‘1987’을 봤었던 ‘통합파’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금 30년 만에 새로운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반드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해야만 한다”며 “(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을 지금 만들지 못하면 앞으로 10년, 20년 후퇴할 수 있다”고 했었다.

자유한국당은 “1987년의 아픔은 온 국민이 겪었던 아픔이다. 마치 자신의 것인 마냥 포장하는 것은 대통령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1987년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지점이자 역사적 자산”이라며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시울 적시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꼭 포장을 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플레이가 도가 지나치다”고 했다.

한국당은 ‘1987’보다 영화 ‘강철비’를 주로 보고 있다. ‘강철비’는 북한의 군부 쿠데타를 소재로 한 안보 이슈 영화다. 나경원 의원 주최로 국회에 감독을 초청해 상영회도 열었다. 홍준표 대표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강철비’에 대해서는 “꼭 보겠다”고 했지만 ‘1987’에 대해서는 “그런 영화도 있느냐”고 되묻기만 했다. 홍 대표는 최근 아들과 함께 ‘강철비’를 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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