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롯데푸드 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가 골치 아픈 상황에 놓였다. 실적 개선에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때 아닌 ‘여성 비하 광고 논란’으로 신년부터 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입었기 때문이다.

◇ 신중치 못한 패러디 광고… 제품 이미지 흠집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는 최근 유임이 결정됐다. 지난 10일 발표된 그룹 정기 인사에서 별도의 인사가 없었던 만큼 사실상 연임이 결정된 셈이다. 2013년부터 롯데푸드를 이끌어온 이 대표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그의 어깨는 무겁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실적이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74억7,0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9% 증가한 5,176억4,000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75억4,100만원으로 66.9% 감소했다. 중국 상대 조제분유 수출 감소와 평택공장 증축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 롯데네슬레코리아 부진이 수익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분기에도 이같은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롯데푸드는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꾀해야 상황이지만, 제품 홍보부터 어쩐지 삐거덕 거리는 모양새다.

잡음은 최근 롯데푸드가 자사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상품인 ‘돼지바’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지난 13일 롯데푸드는 자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한 여성이 ‘83년생 돼지바’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돼지바 덕후들의 필독서 83년생 돼지바! 사람들이 나보고 관종이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관종’은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뜻하는 ‘관심종자’라는 표현을 줄인 온라인 은어다.

이는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제목과 일부 소설 속 문구를 패러디한 광고였다. 30대 여성들이 직장생활과 육아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날카롭게 묘사해 화제가 된 이 소설에는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라는 문구가 나온다. 맘충은 ‘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 충(蟲)’을 붙인 것으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엄마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온라인 비속어다. 이 단어는 소설 속 주인공의 자조적인 심경을 대변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 패러디 광고는 SNS에 게재되자마자 곧바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소설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왜곡시키고 여성을 ‘관종’이라는 표현으로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같은날 롯데푸드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롯데푸드가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제목과 일부 소설 속 문구를 차용한 패러디 광고를 했다가 여성 비하 논란을 산 뒤 사과했다.<롯데푸드 인스타그램>

롯데푸드는 사과문을 통해 “1983년 출시된 돼지바를 이야기 하기 위해 2017년 베스트셀러였던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패러디하는 과정하는 적절치 못한 용어가 사용됐다”며 “패러디라는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요소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종’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돼지바 관련 콘텐츠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기에 고객들의 관심을 얻고자 노력하는 롯데푸드 콘텐츠 제작팀의 노력을 어필하고자 사용했다”며 “절대 특정 성향에 대한 편견, 혐오 등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중치 못한 광고 게재는 결국 대표적인 제품 이미지에만 생채기를 낸 채 씁쓸한 결과를 맞았다. 실적 회복을 위해 의욕적으로 제품 마케팅 홍보에 나서려던 이영호 대표 역시 첫발부터 스텝이 꼬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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