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오는 5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시련을 극복할 것이고, 대우조선해양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삶의 터전으로 거듭날 것이다.”

2015년 5월,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온 정성립 사장의 취임사 중 일부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맡았던 그는 9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취임사 속엔 묵직한 암시가 있었다.

당시 정성립 사장은 6월 1일로 예정됐던 출근을 한 달 앞당겼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밀린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대규모 수주소식을 전했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9년 만에 돌아온 정성립 사장은 회사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에서 심상찮은 상황을 인지했다. 조선업계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이어왔던 대우조선해양의 민낯을 본 것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수년 간 방치됐던 조단위 적자폭탄을 터뜨렸고, 대대적인 경영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돈 되는 것은 모두 팔아야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졌으며, 수조원의 혈세도 투입됐다.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대우조선해양은 이제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1조839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223%까지 내려왔다. 환율 등의 여파로 4분기엔 적자가 예상되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지표가 좋아졌다. 수주에 있어서도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회계법인의 전망치는 넘어섰다.

◇ 성과·리더십은 출중… 세대교체 바람이 변수

대우조선해양이 방치됐던 부실을 털고 경영정상화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정성립 사장의 역할은 아주 컸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희생에 앞장서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정성립 사장은 지금도 급여를 모두 반납하며 일하고 있고, 최근엔 대우조선해양 주식 1억원어치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 가지 변수로 떠오른 것은 그의 연임 여부다. 정성립 사장은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에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임기는 3월까지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선 연임 성공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정성립 사장이 보여준 위기탈출 경영 및 리더십은 충분한 성과를 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온전한 부활을 위해선 올해가 무척 중요하다.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정성립 사장의 연임은 충분한 명분을 지니고 있다.

조선업계, 특히 대우조선해양에서의 그의 경력을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현실이다. 1981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그는 단순한 사장을 넘어 우리 조선업계의 큰 어른이다. 본인 스스로도 그러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제기됐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자유로워졌다.

다만, 여러 변수도 존재한다. 먼저 최근 조선업계는 물론 경제계 전반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다. 삼성 등 주요기업들이 60대 임원 상당수를 물갈이 했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최근 수장에 변화를 줬다. 현대중공업은 강환구 사장 단독체제를 구축했고, 삼성중공업은 남준우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강환구 사장과 남준우 사장은 각각 1955년생, 1958년생이다. 정성립 사장은 1950년생으로 어느덧 70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1951년생), 5년 만에 물러나게 된 박대영 전 삼성중공업 사장(1953년생) 보다도 나이가 많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정성립 사장 후임에 대한 ‘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특히 외부인사나 낙하산 인사의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까지 외부인사가 사장 자리에 오른 적이 없는데, 좀 더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선 외부인의 투입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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