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대변인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 홍보라인의 업무는 대략 오전 7시에 시작한다. 윤영찬 홍보수석을 중심으로 관련 업무에 대한 간략한 회의와 보고로 하루가 시작된다. 수석실별 회의를 마치면 8시부터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현안점검회의가 열린다. 각 실별 중요 안건들이 논의되고 취합돼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된다.

공식 업무는 7시에 시작하지만 언론대응이라는 업무 특성상 대변인실과 모니터링 팀의 하루는 조금 더 일찍 시작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날 조간신문 초판이 윤곽을 드러내는 밤늦은 시각까지 모니터링을 하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출근한다. 전날 확인한 초판에서 ‘판갈이’된 게 있나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 진행된다. 청와대나 주요 정책과 관련된 기사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다.

◇ 새벽 5시부터 언론 모니터링 및 전화응대

여기에 박수현 대변인의 업무는 하나가 더 추가되는데 바로 기자들의 전화 받기다. 언론에 나오는 기사들에 대한 청와대 입장, 혹은 ‘팩트체크’ 용무가 대부분이다.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현안이 많을 경우 아침에만 100통 가까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박수현 대변인의 일과는 아침 전화 받기로 시작해 낮에는 대통령 일정 수행 및 브리핑, 밤에 전화 받기로 일정을 마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전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전해진다. 시도 때도 없는 전화로 개인 생활이 어렵고 업무가 과중되자 전화문의는 새벽 5시부터 하는 것으로 기자들과 묵시적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한 기자가 룰을 어기고 전화를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박 대변인은 북핵 문제로 귀가도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출근을 위해 막 샤워를 마치고 속옷만 걸치고 나오는데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시각은 새벽 4시 57분 경이었다.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전화를 받은 박 대변인은 “아직 5시 안 됐어. 3분 있다가 다시 해!”라고 한 뒤 부랴부랴 옷을 입고 전화응대를 시작했다.

잠시의 전화통화 시간도 부족해 인사를 생략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박 대변인을 옆에서 봐온 한 관계자는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한 기자의 전화가 왔다. 기자는 당연히 ‘XX일보 OOO기자입니다’라고 하려고 했다. 그런데 박 대변인은 ‘그래 너 OOO 알아. 바쁘니까 다음부터는 인사하지 말고 바로 질문만 빨리해’라고 하더라”며 “대통령 수행이나 브리핑 때를 제외하고 전화기를 손에서 내려놓을 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 “차기대변인, 박수현과 비교될 수밖에…”

사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변인의 자리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수위 없이 출범했기 때문에 청와대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고 업무량은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언론도 청와대의 발표와 메시지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홍보수석을 비롯해 대변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청와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함은 물론이고, 각종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외교·국방·경제·정무 등 현안도 두루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박 대변인은 이와 관련 “매일매일이 새롭다”로 토로한 바 있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노력이 통했을까. 그에 대한 평가는 청와대 안팎에서 인색하지 않다.

한편 박 대변인은 오는 25일 전후로 대변인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6월 지방선거 도전을 위해서다. 청와대 시스템상 사표수리 기간이 약 10일임을 감안하면, 늦어도 2월 초에는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청와대는 전직 의원, 대변인 출신 정치인, 청와대 내부 인사 등 다양한 인사를 물망에 올려놓고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 박 대변인이 맡아서 정말 잘 해준 것 같다. 다음 대변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박 대변인과 비교될 수밖에 없고, 조금만 잘못해도 기자들 사이에서 ‘박수현 대변인은 이렇게 하지 않았는데’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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