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정계 입문 때 밝힌 '소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셀프 입성 논란으로 당 내부에서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결국 대구에 ‘셀프입성’ 했다. 그동안 홍준표 대표가 소원이라고 말했던 ‘대구 입성’을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소원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홍 대표의 도전을 두고 ‘보신주의’, ‘노후대책 마련’ 등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말 홍 대표는 대구지역 당협위원장 도전을 천명했다. 이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지막 정치인생을 대구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초·중·고를 다니던 어릴 적 친구들이 있는 대구에서 마지막 정치인생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대구가 내 마지막 정치인생의 종착역이 됐으면 한다”고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도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협위원장 도전 이유에 대해 ‘지방선거 필승’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TK(대구·경북)를 안정시키고 동남풍을 몰고 북상해 지방선거를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홍 대표는 한국당 대표 최초로 당협위원장 면접에 도전하게 됐고, 19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됐다.

◇ ‘정계은퇴의 길’ 걷는 홍준표…한국당은 TK자민련 전락

홍준표 대표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서울 송파갑에서 정계 입문했다. 하지만 당시 대구 수성구갑 지역에서 정치를 시작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1995년 11월 10일 당시 변호사였던 홍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당시 수성갑 출마를 노리던) 박철언 전 의원과 한판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정치를 하면서 대구에서 한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면서 “사실 초·중·고등학교를 대구서 나왔고 대구서 정치 해보려고 시도한 게 이번이 4번째”라며 ‘대구행’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게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그러면서 17대 총선 당시 대구 남구지역 도전 의사 타진과 조해녕·김범일 전 대구시장 후임자로 추천된 일을 언급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대구행을 두고 당내 반응은 싸늘했다. 박민식 전 의원은 “홍 대표의 선택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고 결국 한국당은 ‘TK자민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지방선거 패배는 홍 대표 체제의 폐막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의 폐당을 의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태흠 최고위원 역시 입장문을 내고 “이 엄동설한에 당원들은 모두 추위에 떨고 있는데 당 대표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염치도 없이 덥석 차지해 버린 꼴”이라고 홍 대표의 대구 입성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 홍 대표라면 영남권 다선 의원들에게 '낙동강 사수 작전이 아닌 인천상륙 작전이 필요하니 모두 텃밭 당협위원장을 사퇴하고 나와 함께 험지 수도권으로 진출해 당을 살리자'고 해야 마땅할 것"이라며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텃밭 당협위원장을 즉각 '셀프 사퇴'하고 좌파정부를 강력히 견제해 주길 바라는 국민들을 위해 한국당을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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