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22일 신년 기자회견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오마주였다. 오마주는 영화에서 특정 작품의 장면 등을 차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홍준표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과 형식적인 면에서 닮은꼴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보인 ‘직접지명 자유질의’ 형식을 차용했다. 또 문 대통령을 의식한 듯 “내가 대통령처럼 답변을 써주는 프롬프터가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홍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언론사는 모두 18곳으로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언론사 숫자(17곳)와 비슷했다.

현장 사회를 본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회견문 발표 이후 자유롭게 질문 답변을 하게 된다. (기자들이) 손을 들어주면 홍 대표가 직접 지명하고, 저희들이 마이크를 가져줄 것”이라며 “많은 질문이 있더라도 질문은 한 언론사당 한 개다. 다양한 언론사들이 있는 특성을 감안해 적절한 질문을 부탁한다”고 사전 공지했다.

하지만 닮은꼴은 ‘형식’ 뿐이었다. 홍 대표의 답변 태도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정반대였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차례에 걸쳐 구설수에 오를만한 발언을 했다. 홍 대표는 질의응답 시작 5분만에 “질의 없으면 나 갑니다”라고 말해 성의없는 답변 태도를 보였고, 언론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묻는 질문에는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기자회견이 1시간 쯤 진행되자 홍 대표는 “이쯤하자. 나는 혼자 답변을 해야 한다”며 “나는 문 대통령처럼 답변을 써주는 프롬프터도 없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물으면 실시간으로 프롬프터에 (답변이) 올라오더라”라고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심지어 홍 대표의 ‘프롬프터’ 발언은 거짓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팩트는 질문하는 기자의 답변 요지를 (해당 프롬프터에 워딩으로) 쳐 준 것”이라며 “참모들이 써준 답변을 보고 (대통령이) 답한 게 아니다”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출입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뉴시스>

◇ 실패한 문재인 ‘오마주’

홍 대표의 답변 태도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답변과 정반대였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소품까지 준비하는 열정에 최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고 답했다. 이를 두고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기자회견은 모든 기자들에게 열려 있었다”며 “기자들과 질문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이전 정부, 미국 백악관과도 달랐다”고 평가했다.

반면, 홍 대표는 ‘막말’ 관련 질문에서 “내가 막말한 적이 어디 있냐. 내가 막말한 사례를 가져와서 질문하라”며 “사람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말은 팩트인데, 철부지들은 그걸 막말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정 언론사 기자를 향해 “OOO도 우리 당 출입하냐”고 반문했고, 이에 당 관계자들이 ‘출입기자’라고 말하자 “출입인지 몰랐다. 죄송하다”면서 해당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들의 짧은 탄식과 헛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날 홍 대표의 기자회견을 취재한 한 기자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형식을 차용한 것은 좋았으나, 그 뿐이었다”며 “자기가 답변하고 싶은 질문만 받은 기자회견이 아니었나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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