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실무자들에 대한 검찰 고발이 강화될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앞으로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실무자들에 대한 검찰 고발이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인 고발점수 세부평가기준표를 신설, 담합 등에 가담한 임직원에 대해서도 고발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담합 등의 공정위법 위반 행위가 실무자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과거 기업의 비자금 사건 발생 시 실무자들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는 사례가 왕왕 있었던 만큼 또 다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 공정위 “실무자 고발 소극적 관행 없앤다”

공정위는 위법 행위에 적극 참여한 실무자를 고발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이하 고발지침)’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오는 2월 12일까지 고발지침을 행정예고하고, 전원회의를 거친 후 2월 말께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개인 고발 점수 세부평가 기준표를 신설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사업자 고발 점수는 과징금 고시의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라 산정하며, 고발 여부를 달리 결정할 수 있는 사유를 정비하는 내용 등도 담았다.

현행 지침은 사업자와 달리 개인은 의사 결정에 관여한 자이거나 적극적으로 실행한 자인지 여부를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고려 요소에 개인의 직위 등이 포함돼, 임원이 아닌 실무자 고발에 소극적인 관행이 형성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공정위는 고발점수 세부평가 기준표를 마련하고 직위와 관계없이 2.2점 이상은 원칙적 고발대상으로 규정했다. 세부 평가 기준표도 구체화됐다. ▲의사 결정 주도 여부 ▲위법성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가담 정도 ▲위반 행위 가담 기간 등으로 항목을 나눴다. 중간 관리자의 평균적 행위 태양(2점)을 기준으로 ▲위반 행위 가담 기간 외 항목 중 하나라도 ‘상’을 받는 경우 고발 대상이 되도록 기준 점수를 설정했다.

그간 사업자의 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결정은 각 법률 고시의 세부평가 기준표에 의해, 고발 여부 결정은 고발지침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라 평가·결정됐다. 때문에 동일한 행위에 대한 판단이 과징금 고시와 고발지침으로 이원화 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일원화하기 위해 각 법률 과징금 고시의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라 위반행위를 판단하되, 위반 점수가 1.8점 이상이면 고발 대상이 되도록 규정했다.

◇ “공정위법 위반은 법인 행위로 봐야”... ‘꼬리자르기’ 우려↑

공정위는 “이번 고발지침 개정으로 고발 기준이 명확화·구체화 되고 개인 고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법위반행위 억지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행정예고 기간 동안 들어오는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무자 고발에 따른 준법 효과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공정위법 위반은 대부분 기업범죄인 만큼 실무자에 대한 고발 강화가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시민단체는 이번 조치가 실무자들에 대한 ‘꼬리자르기’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담합은 법인 행위로 보는 것이 맞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에 대한 강력한 징벌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지금도 과징금이 담합으로 얻은 이익에 비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인데 실무자 고발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에서 실무자 개인이 경영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특히 과거 담합이나 뇌물 등 비자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실무자들이 처벌을 받은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비슷한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공정위가 고발기준을 자의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감사원이 발표한 ‘공정거래 조사업무 등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15건의 부당사항 및 제도개선 사항이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률 규정에 없는 항목을 고발기준에 포함하거나, 반면 임의사유를 적용해 고발하지 않는 등 고발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공정위가 2014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과징금을 부과한 담합사건 148건(673개 업체) 가운데 60건(40.5%)은 임의적인 사유를 적용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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