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 연두교서 발표자리에서 초대손님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오전 11시(한국시각) 워싱턴 D.C 미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연두교서는 의회 새 회기가 시작되는 연초에 발표해 붙은 명칭으로, 내정·외교에 대한 정부의 기본방침을 설명하고 의회의 협조를 구하는 중요한 자리다. 우리의 대통령 시정연설과 비슷한 성격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북한 핵문제 및 통상협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향성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정세와 남북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며, 통상협정과 관련해서는 한미 FTA 협상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먼저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강경제재에 대해서는 두 가지 명분을 내세웠는데, 하나는 ‘자유’라는 인권적 가치를 무시한 독재정권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연두교서 말미에 나왔고 ‘North Korea'를 언급한 것은 총 7차례였다.

◇ “깜짝 놀랄만한” 발언은 없었던 북핵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독재 정권에도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며 “그러나 북한의 잔인한 독재 정권만큼 철저하고 잔인하게 자국민들을 억압한 정권은 없었다”고 제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한 “북한의 무모한 핵 미사일 추구는 곧 우리 조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안주(complacency)와 양보(concessions)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 올 뿐이라는 것을 경험했다”며 “과거 정부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언급한 탈북자 지성호 나우 대표 <뉴시스>

특히 관심을 모은 대목은 탈북자 지성호 씨를 예로들며 북한 정권의 문제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북한 인권청년단체 ‘나우(NAUH)’의 대표인 지성호 씨는 어린 시절 식량과 맞바꾸기 위해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다가 굶주림에 선로 위에서 기절, 지나가던 열차로 인해 다리를 절제해야 했다. 중국을 다녀온 이후에는 북한 당국에 잡혀 고문을 당했고, 이를 계기로 탈북을 결심해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씨의 스토리는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모든 인간 영혼의 열망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을 연두교서를 통해 확인했지만, 발언은 새롭거나 수위가 강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대압박을 포함해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두 차례 언급했었던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 및 인권 문제 역시 지난해 방한 당시 국회연설에서 주요하게 다뤘던 바 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해 입장을 따로 내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오전까지 “한반도 정책이 예고됐는데 청와대도 당연히 지켜보고 있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던 청와대는 연설이 공개된 이후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미 의회에서의 연설이고 기존과 다른 특별한 입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 “무역법들의 강력한 집행” 통상압력 강화 예고

발언수위가 더 높았던 것은 통상협정 부분으로 판단된다. 앞서 태양광 전지와 세탁기에 세이프 가드를 발동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두교서에서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면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국부를 빼앗아가던 블공정 무역거래의 페이지를 넘겼다”며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무역법들의 강력한 집행을 통해 미국 노동자와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나쁜 무역협상을 고치고, 새로운 협상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세이프 가드’는 수입급증으로 인해 자국산업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발령한다. 기본적으로 불공정 행위가 아니고 오직 미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반덤핑 관세 등 규제와 구분해 엄격하게 집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들의 강력한 집행”을 재차 강조하면서, 우리가 받는 통상압력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우리 측은 WTO 제소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어질 한미 FTA 협상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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