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공청회가 강석호 위원장 주재로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회 정보위원회는 31일 국가정보원(국정원)법 개정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개정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해 학계와 여야가 찬반 토론을 벌였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우리가 북한하고 싸워야하는 상황에서 대공수사권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보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논의된 법안은 김병기·진선미·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안을 비롯한 국회 발의안 4건과 국정원 자체 법안 등이다. 민주당은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 권한인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국정원은 정보수집기관으로 특화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계동 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는 발제문에서 민주당 개정안에 대해 “과거에 되풀이되던 불법적인 정치활동 개입과 인권유린 수준의 사찰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보기관의 직무를 ‘국외·북한정보 및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 및 형법상 내란·외환죄 등과 관련되고 북한과 연계된 안보침해행위’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했다”며 “이에 따라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수행에 집중하기 위한 법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전 교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분리 문제에 대해서 “국정원이 정보 관련 전문성을 강화하고 합리적이며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정보기관의 업무에만 치중하는 ‘선택과 집중’의 자세와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며 “국내정보와 수사기능을 분리시키는 것이 정보기관의 ‘선택과 집중’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지지했다.

황윤덕 안보통일연구회 총괄위원은 “만약 국가 단위 수사기관의 기능을 국내적 수준에서 일하는 경찰에 통째로 이관한다면 이미 보안수사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 일시적으로 흡수되고 국정원의 안보수사권은 폐지된다. 결국 대한민국의 안보수사 체제는 시나브로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황 위원은 “정보와 수사 기능이 분리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선진국이나 OECD 가입국 등을 예로 들어 국정원의 수사권 보유가 이례적인 현상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바른 주장이 결코 아니다. 세계가 통합적 방향으로 조직을 다시 구상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의 남북 관계는 무정부 관계라 할 수 있으며 북은 대남사업과 공작에 있어서 남을 쉼 없이 흔들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국정원을) 국회의 통제 아래 통합적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도 적극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윤 의원은 질의를 통해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은 것은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 중립성을 확보하라는 것이지 국정원이 갖고 있는 대공수사를 박탈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북한 간첩하고 싸우는데 정보 따로 수사 따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는 북한하고 싸워야 한다. 싸우는 가운데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북한이 두려워 하는 게 (우리나라의) 검찰이나 경찰이 아니라 국정원”이라며 “1961년부터 50~60년 동안 만든 안보 방파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망이다. 현실을 간과한 입법권 남용을 통해서 이 대공수사망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공수사권 이관 대신 국정원장의 임기제나 국회 임명동의안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6년 간 166건의 해외기술유출을 적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정원이 산업기술유출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검찰 등 관계기관과 공조체제를 이뤄서 이런 성과를 낸 것”이라며 “수사권이 없어도 국가 핵심기술 보호라는 역할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수사권이 없으면 (공작 업무에) 공백이 발생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 같다”고 했다.

우 의원은 “지금 나온 개혁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경찰로 이관하자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국정원에 수사권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관계기관끼리) 상호 비협조적이었던 관행을 극복하고 협업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견제도 되고 인권침해 소지도 없어진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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