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에 대해 지명철회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그레망(상대국 동의) 절차도 마친 내정자를 이례적으로 철회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이 분분하지만, 우리 측에 별다른 통지 없이 했다면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대사 지명은 지난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한국정부에 아그레망 요청이 있었고, 장기간 주한대사 공백을 피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발빠르게 절차를 지명했다. 그러나 복수의 외신보도에 따르면, 차 내정자에 대한 철회는 12월 말 이미 이뤄졌다.

‘임명’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철회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미국언론들도 보고 있다. 따라서 철회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차 석좌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노선과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코피전략(bloody nose)에 반대했다는 것인데, 코피전략이란 북한의 주요시설에 정밀 선제타격해 위축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실제 차 석좌는 낙마설이 나온 이후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고 상황만 악화시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코피전략에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등 내부 이견다툼에 따른 결과로도 봤다. CNN은 차 석좌의 지명철회에 대해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사이 알력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강경파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주도권 싸움이 있었고, 강경파의 승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차 석좌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큰 결함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차 석좌의 철회 이유와는 별개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외교관계 문제로 비춰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아그레망 절차까지 마친 대사 내정자를 통지도 없이 철회했다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1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는 와중에 과연 한미동맹은 문제없이 관리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외교적 도리가 아니며 한미동맹에 이상이 생겼다는 징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지명철회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모르고 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인사권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철회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말이 없다고 해서 몰랐다고 할 수 있느냐”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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