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고위급 인사 파견에 청와대는 기대가 커짐과 동시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기대는 했지만 예상보다 더 고위직이었다. 4일까지 청와대는 “급은 높을수록 좋다”고 했었다. 이번에 방문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은 북한 내 서열 2위로 대외적으로 국가원수급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급으로 치자면 역대 우리 측을 방문했던 북측 인사 가운데 가장 고위급이다.

청와대는 크게 반겼다. 5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고위급 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 계기로 우리를 방문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북한 대표단, 따뜻하고 정중하게 맞을 것”

특히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문은 남북관계 개선과 올림픽 성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되었고, 북한이 진지하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한 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따뜻하고 정중하게 맞을 것이며, 남북 고위급 당국자간 대화 등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신중한 가운데, 기대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긴장완화 및 평화체제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급들이 참석하는 자리에 북한도 ‘정상급’ 인사를 보내왔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실무논의를 진행 중이다.

김 대변인은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어제 통보를 받고 오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실무진들이 어떤 수위에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만날 것인지 현재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 미국 측 반응은 여전히 대북 강경노선

그러나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방남이어서 넘어야할 난제도 적지 않다. 당장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형식과 명칭부터 논란이다. ‘정상회담’이라고 붙여야 할지 ‘정상급 회담’이라고 명명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왔기 때문에 과거 남북 정상급이 만났던 것과는 결이 다른 점이 있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상호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사전에 외교통로를 통해서 합의를 해놓지 않으면 즉석회담이라는 게 불가능하다”며 “김영남 위원장이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관련 당사국 간에 의미 있는 회담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관측했다.

북미대화도 현재로선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문제 해법의 주체는 북한과 미국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김영남의 방남을 계기로 북미간 고위급 인사들 사이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문제는 미국 측이 북한과의 접촉 및 대화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이 던지는 메시지는 대북 강경노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의지를 분명히 밝혔고, 미국 대표로 평창을 방문하는 펜스 부통령도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압박과 제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부 외신에서는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 북측과 만나지 않도록 동선을 조정해달라는 요청을 우리 측에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두 당사자가 만나는 게 우리 정부의 소망일지라도 당사자 의지에 반해서 무엇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며 “현재는 압박과 제재라는 미국의 입장이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정치적 역동성이 발휘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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