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의 분당으로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원내1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할 더불어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이 분당되면서 국회가 신(新) 4당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미래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민주평화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이 뒤바뀔 전망이다. 특히 원내1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할 더불어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장은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앙운영위원회의를 열고 “민평당은 실질적인 (국회 내) 가부 결정권 정당이 됐다. 선도정당이 된 만큼 국민의 ‘민복’을 위해 나아가자”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1일 먼저 탈당한 이용주 의원을 포함해 김광수·김경진·김종회·박지원·박준영·유성엽·윤영일·장병완·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황주홍 의원도 이날 국민의당에 탈당계를 냈다.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를 위해 탈당은 하지 않는다.

아직 거취를 정하지 않은 이용호 의원을 고려하면 민평당은 의석수 16~17석의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미래당은 민평당 성향의 비례대표 의원들을 포함해 최대 32석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우선 국민의당의 분당으로 향후 정국 운영 과정에서 여당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표가 이전보다는 명확해졌다고 보고 있다. 본회의 법안 의결이나 인사 표결 등에서 호남의원들이 다수인 민평당이 민주당의 편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정의당(6명)과 민중당(1명), 무소속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미래당 소속 호남계 비례대표 의원들을 포함해 ‘범여권 표’로 계산한다면 148석 안팎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박지원 의원은 여기에 더해 “우리는 숨겨놓은 1표가 있다”며 “그래서 언론에서 민평당은 (표결권 기준으로) 20석이고, 실제로 (진보진영) 149표 대 (보수진영) 147표가 된다고 보도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 “1당 사수해야”… ‘출마 자제’ 권고도

특히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현역 의원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경우, 원내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표 계산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당과 의석수 차이가 4석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1당 지위를 놓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직을 한국당에 넘겨주거나, 원구성 협상 주도권도 잃게 된다. 지방선거에서 ‘기호 1번 프리미엄’도 없어진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남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개호 의원에게 “재고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석 사무총장은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이 의원이 직접 전남지사에 출마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출마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의 출마 의지가 여전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국회의원이 당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가 되면 선거 30일 전(5월 14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민주당은 일단 지방선거 전까지 '1당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현역 의원들에게 출마 자제 요구를 지속해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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