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5일 정식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새 주인을 맞았다. 제롬 파월 전 연준이사는 3일부터 의장 업무를 시작했으며, 5일에는 정식으로 취임식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지 3개월 만이다. 발언 한 마디 한 마디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리인 만큼, 파월 의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가볍지 않은 옐런의 유산… 파월의 선택은

연임에 실패한 사상 첫 의장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옐런 의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그녀가 정치적 이유로 4년 만에 의장직을 내려놓게 된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짙다. 옐런 의장은 14년간 몸담았던 연준을 떠나 브루킹스 연구소의 특별연구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준을 괴롭히던 고민들이 옐런 의장과 함께 떠나간 것은 아니다. 새 의장이 된 제롬 파월 전 이사는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부터 연준의 보유자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작업까지, 전임자의 작업을 완수해야 하는 과업을 안게 됐다.

현재로선 파월 의장이 옐런 전 의장의 행적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은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연준의 결정에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더구나 비경제학자 출신으로 ‘세계 경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는 약점도 있다. 블룸버그는 “어쩌면 파월 의장이 연준의 노선을 바꾸려 할지도 모르지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경제학 석·박사 출신 위원들이다”는 말로 연준의 현 상황을 표현했다. 이 ‘영향력 있는 위원들’의 대다수는 필립스 곡선으로 대표되는 주류경제학파의 열렬한 지지자들이다. 파월 의장의 영향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새 의장을 둘러싼 궁금증들

월스트리트는 신임 의장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했다. 옐런 의장이 퇴임한 지난 금요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연내 가장 큰 폭으로 하락(-2.54%)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 유명 금융기업들의 주가가 모두 고개를 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당시 연준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던 지난 11월과는 다른 반응이다.

파월 의장은 5일(현지시각) 선서를 통해 정식 취임했지만, 스케줄상 공식석상에서 발언하기까지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새 의장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은 투자자들에겐 인고의 시간이다.

새 연준의장이 얼마나 시장친화적인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파월 의장을 둘러싼 의문점 중 하나다. 19년 동안 연준의장 자리를 지켰던 앨런 그린스펀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적극 활용해 ‘그린스펀 풋’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고, 후임자 벤 버냉키는 취임 초기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을 야기해 ‘버냉키 콜’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옐런 의장은 “연준의 역할은 손님들이 모두 떠나기 전까지 술잔이 비지 않도록 술을 채워 넣는 것이다”는 말로 친시장적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투자자들은 과연 파월 의장이 파티가 한창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는 말로 시장의 우려를 전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중요 관심사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월 20~21일(현지시각)에 열린다. 당초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FOMC에서 “1년 내 가시적인 물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연준이 보다 빨리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았다. 부동산업체 ‘아이서비스 레지덴셜 렌딩’은 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결과 응답자의 77%가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를 0.25%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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