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진행된 젠더폭력대책TF 출범식에서 남인순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초·중·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20만 명 넘는 지지를 받았다. 청와대는 국민청원게시판을 열면서 20만 명 넘는 청원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의 공식답변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번 청원에 대해서도 답변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일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고 공론화하자는 캠페인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하고 법·제도적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한 청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라는 글을 통해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비하적 요소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며 사용한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이미 자극적인 단어들을 중고생 뿐 아니라 초등학생도 쉽게 쓴다”며 “아이들이 양성평등을 제대로 알고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교에서 여성혐오 표현을 듣거나 접해봤다는 응답은 약 60%에 달했다. 여성혐오 표현을 ‘드물게 경험’한다는 응답자는 31.9%(202명), ‘가끔 경험’은 17.9%(113명), ‘자주 경험’은 7.4%(47명)였다. ‘항상 경험’한다는 응답자도 2.1%(13명)가 나왔다. ‘한 번도 듣거나 본 적 없다’는 응답자는 40.8%(258명)이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의 이진옥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저도 청원에 동참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절박함이 있었다고 본다”며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평등에 대한 교육이다. 성차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다른 학과(과목)들이 지식이라고 한다면 페미니즘은 우리가 배워왔던 것을 다시 생각하는 철학에 관한 것이다. 정규교육과정으로 도입된다면 훌륭한 사회과학적 인지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지식으로서의 페미니즘을 확산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페미니즘 교육은 영국의 참정권 운동과 같은 (여성운동의) 역사를 배우는 게 아니고 학생들이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서구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잘 이뤄지는 사례를 보면 아이들이 적극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대상 연령도 중요하다.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면 단순한 훈육이 될 수 있기 때문에 5,6학년 정도부터 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 교육이 지식전달 보다는 학생주도로 이뤄지면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까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페미니즘 교육을) 주입식으로 하거나 성적으로 판단하게 될 경우 가장 바람직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6일 한 청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라는 글을 통해 정규교육과정에 성평등 교육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20만 명 넘는 지지를 얻어 청와대 공식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정치권도 ‘미투’… 민주당 “구체적 대안 마련 착수”

이 청원은 마감일인 5일 오후까지만 해도 참여자가 15만 명 선이었지만 막판에 참여자들이 몰리면서 21만 명을 넘었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청원 달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미투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이 잇따랐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국회에서 미투 운동 현장 간담회를 열고 여성단체들과 성폭력 문제의 구체적 대안 마련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TF 위원장을 맡은 남인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전에도 문화·예술계, 학계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잠시 관심을 갖다가 잊혀졌다. 미투 운동은 가해자들이 행동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피해 사실을 목격하거나 알게 된 사람들이 지원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TF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이른바 ‘서지현 검사 사건’ 이후 사건 자체보다는 ‘왜 피해자들이 말하지 못했는지’에 집중해달라. 성폭력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용기 내 진실을 밝힌 서 검사가 다시 좌절하지 않도록, 모든 여성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저와 정의당은 이 사건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사건 당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결국 받지 못했지만 8년 후 이 사건을 고발한 서 검사의 용기와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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