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 부부장이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장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김여정 제1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특명의 내용은 공개된 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초청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상보다 더 파격적인 제안이었고, 동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실제 김여정 제1 부부장은 이번 방남에서 공식·비공식을 가리지 않고 ‘평양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 만난 접견 자리에서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고, 이어진 오찬에서도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열렸던 비공개 만찬에서도 김여정 제1 부부장은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과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건배사를 했고, 마지막 일정인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는 김정숙 여사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시라”고 권했다. 우리 측 인사들과 만난 모든 일정에서 평양 초청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이 우리 측 주도로 이뤄졌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YTN라디오에 출연한 정동영 의원은 “1차·2차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우리 쪽이 주도했고 우리 측의 요청에 의해서 전개된 것인데, 이번 경우는 북이 먼저 제안하고 나온 전례 없는 일”이라며 “느닷없는 일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오래 준비해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첫 외교무대 데뷔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사항이다. 지난 2011년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은 한번도 공식 정상회담 등 외교행사에 얼굴을 보인 바 없다. 중국 혹은 러시아 일부 인사들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적은 있지만 특별한 외교적 의미를 갖는 회담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큰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이 집권 동안 단 한 번도 국제 외교나 다른 나라 정상과 정상회담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한 번도 정상회담 하자고 제안한 적도 없다”며 “최초로 대외적 정상에게 정상회담 하자고 내놓은 것으로, 그만큼 북한에서는 정상회담에 대해서 중요성을 갖고 뭔가를 해 보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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