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현재 외환시장의 화두는 ‘강한 엔화’다. 1월 한때 100엔당 940.12원까지 내려가 수출기업들에겐 한숨을, 해외여행객들에겐 기쁨을 가져다줬던 환율은 16일 현재 1,006.6원까지 반등했다.

원인은 미국에 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3월 중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정적자 폭이 더 늘어났다. 달러가치가 낮아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는 늘어났다. 16일 현재 엔화로 나타낸 1달러의 가치는 약 106엔으로 지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엔화 강세현상이 지속될 경우 다른 누구보다 일본 정부가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고 단평했다. 빠르게 높아진 환율 때문에 물가상승률과 평균임금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일본의 성장전략이 타격을 입었다는 뜻이다.

일본중앙은행 또한 양적완화 종료시점을 두고 고민이 많다. 통화량이 줄어들 경우 안 그래도 높은 화폐가치가 더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중앙은행을 이끄는 것은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대표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다. 아베 총리는 구로다 총재의 연임안을 의회에 제출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엔화 가치는 이에 아랑곳 않고 상승하는 중이다.

엔화 강세가 계속되자 방관자적 태도를 견지하던 일본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수 언론은 재무성과 일본중앙은행 등이 16일 오후 대책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현재 엔화의 움직임이 특별한 조정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 발언이 나온 15일 엔/달러 환율은 지난 1년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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