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회 연수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홍준표 대표가 가장 많이 받는 비난은 ‘품격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진영은 물론이고 같은 당 정치인들로 부터도 ‘품격이 없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화법이 직설적이며, 다소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습관’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 대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자신을 항변한다. 당내 한 인사가 비공개 회의 자리에서 “대표가 품격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하자 “정치는 품격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품격이 있었던 이회창 전 총재와 품격이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겼다는 게 요지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지난해 관훈토론회에서 홍 대표는 “가장 품격이 있었던 분은 이회창 전 의원이었고, 품격에 가장 논란이 됐던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그런데 논란만 됐을 뿐이지 그것을 그 사람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건 할 일 없는 분들이 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따지고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홍 대표가 ‘대중적 언어’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은 있다. ‘품격이 없다’는 주관적 평가는 접어두고, 두 정치인의 발언이 직설적이며 대중들이 말의 뜻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때때로 상대진영으로부터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데, 노 전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이나 집권 당시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사례가 적지 않다.

두 사람이 ‘변방’에 있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상고 출신의 노 전 대통령은 법조계에서 변방이었고, 정치입문해서도 순탄치 않았다. 3당 합당에 반대해 ‘민주진영’에 남았던 노 전 대통령은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의 최대 피해자로 남았다. 홍 대표 역시 ‘족보’없는 변방의 검사였으며, 정치에서도 주류계파로서 수혜로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홍 대표가 펴낸 ‘변방’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이 같은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결정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메시지’의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은 모두가 공감했던 ‘탈지역감정’ ‘탈권위주의’를 얘기했고, 이를 위해 희생했던 인생스토리가 녹아들면서 목소리에 힘을 얻었다. 강렬했던 메시지는 지금도 남아 그 후예들이 정권을 창출했고,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홍 대표의 메시지는 ‘색깔론’과 ‘TK’에 국한돼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좌파’ ‘종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여론몰이에만 골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취임, 셀프임명이라는 논란도 자초했다. 이는 색깔론과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과거 메시지의 반복이며, 보수진영 내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이해타산적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와 가까웠던 한 인사는 사석에서 “홍준표가 변방에서 중앙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노무현은 변방을 중앙으로 만들고자 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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