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자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골치 아픈 상황에 놓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바이오와 의료 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관련 사업 자회사는 갈수록 경영난이 심화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서다.

◇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골칫거리 전락 

일진그룹은 부품 및 소재 전문기업으로 국내외에 43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이다. 창업자인 허진규 회장은 1968년 작은 주물공장이었던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을 모태로 지금의 일진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일진그룹은 일진홀딩스,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디스플레이 등 상장사를 포함해 국내 계열사만 28곳에 달한다.

올해로 창립 50년을 맞은 일진그룹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의료와 바이오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달 22일 열린 50주년 창립기념식에서도 허진규 회장은 “이제는 바이오와 부품 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며 재차 포부를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바이오 사업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일진그룹은 2008년 초음파 진단기를 만드는 바이메드시스템(현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을 인수하고 2010년에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라는 신약 개발 계열사를 설립하는 등 바이오사업 진출 기반을 오래 전부터 닦아왔다. 2011년에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캐나다 제약회사 아이소테크니카에 2,8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포부와 달리, 의료· 바이오 사업 육성이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의료 바이오부문 자회사인 한 축인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은 갈수록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19일에는 대규모 적자와 자본잠식 소식을 알려 투자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 의료ㆍ바이오사업 육성 포부 ‘비틀’

일진홀딩스는 이날 자회사인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 영업손실이 166억원으로 전년보다 79.2% 늘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7% 줄어든 470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은 206억원으로 36.6% 증가했다. 자본잠식도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의 자본총계는 104억원으로 자본금(34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악화 배경에 대해 일진홀딩스 측은 ▲신제품 출시 지연에 따른 매출 이월 ▲개발비 등 투자 증대에 따른 비용 증가 ▲해외 IP 관련 수수료 증가 등을 원인으로 설명했다.

이같은 자회사의 실적 부진은 일진홀딩스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시켰다. 일진홀딩스는 20일 코스피시장에서 전일 대비 3.52% 떨어진 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진그룹은 자회사의 재무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일진홀딩스는 자회사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 제3자 배정증자 방식으로 200억원 유상증자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를 뒤늦게 공시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되며 투자업계에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과연 허진규 회장이 좀처럼 골칫거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의료 부문 자회사 경영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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