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수서 내용을 반박했다가 도리어 거짓말 논란을 샀다.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수서 내용을 반박했다가 도리어 거짓말 논란을 샀다. MB의 해명과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이 쏟아지고 있는 것.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과 함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은 MB가 다스의 진짜 주인이라는데 힘을 실었다.

앞서 MB는 “다스의 소송에 관여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으로부터 요구를 받고 다스의 소송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사실무근으로 밝혔다. 도리어 무료 변론을 미끼로 미국 로펌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가 나오기까지 MB는 삼성의 소송비 대납 사실도 몰랐다는 게 MB 측의 설명이다.

◇ 청와대 비밀접견·소송비 대납 폭로한 40년지기

하지만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은 달랐다. ‘MB 집사’로 불리는 그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MB 지시로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대신 냈다”는 취지로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이학수 전 부회장으로부터 삼성 측에 대납을 요구한 사람으로 지목된 데 대해 인정했다. 그는 “MB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스의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MB의 주장이 뒤집힌 셈이다.

실제 MB가 다스의 소송에 관여한 정황은 잇따라 발견됐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얘기다. 21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MB는 대통령 취임 2년차인 2009년 초 청와대에서 김석한 변호사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김석한 변호사는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 소속이었다. 공교롭게도 다스는 두 사람의 비밀 접견 이후 에이킨 검프에 BBK 투자금 반환 소송을 맡겼다.

여기에 김백준 전 기획관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MB가 김석한 변호사를 만난 사실을 폭로한 사람이 바로 그다. 삼성이 대납한 소송비에서 남은 돈을 챙긴 것도 김백준 전 기획관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다스의 소송비용을 자문료 형식으로 에이킨 검프에 지급하면서 남는 비용은 다스 측이 돌려받기로 약정을 맺었다. 이후 삼성은 약 40억원을 지급했다. 이중 10억원이 남게 되자 김백준 전 기획관이 회수에 나섰다. MB의 지시에 의해서다.

MB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MB의 지시로 삼성에 다스의 소송비용 대납을 요구한 사실과 남은 소송비용을 챙긴 사실을 폭로했다. <뉴시스>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에이킨 검프가 무료 변론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MB 측의 해명이 도마 위에 올랐다. BBK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메리 리 변호사는 “(MB 측이) 주워 담을 수 없는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미국법상 무료 변론도 계약서를 쓰게 돼 있다”면서 “무료 변론을 미끼로 다스에 접근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메리 리 변호사에 따르면, 에이킨 검프는 한국의 ‘김앤장’과 비교된다. “회사 이름으로 판사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김석한 변호사 역시 미국 변호사 업계에서 위치가 높다는 평가다. 무료 변론을 맡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관련 내용은 검찰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석한 변호사가 미국 영주권자라 본인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MB는 이르면 3월 초 소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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