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국내 업계에는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에 가장 큰 수혜를 받은 만큼 올해도 반도체에 거는 기대가 커서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국내 업계에는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에 가장 큰 수혜를 받은 만큼 올해도 반도체에 거는 기대가 커서다. 특히 국내 시장에 대한 우려는 낸드플래시와 중국의 움직임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의 투자 규모와 시장의 크기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일부 품목에서는 이미 한국을 제치고 있다.

◇ 영향력 큰 ‘반도체’…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속 하락세

반도체에 대한 업계의 시각이 양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종류인 낸드플래시에 대한 가격 하락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수요는 높은 상황인 만큼 올해도 호황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19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평균 판매단가는 GB(기가바이트)당 0.24달러로 하락할 전망이다. 올해 가격은 전년 대비 0.07달러 줄어드는 수치다. 원인은 원활하게 공급되는 시장의 상황이다. 지난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라인을 확장하면서 올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3D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공급 부족 상황은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것이다. IHS마킷은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향후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0.15달러 △2020년 0.1달러 △2021년 0.08달러 등으로 낮아진다고 전망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메모리 용량을 담당하는 낸드플래시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 달성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 품목이기도 하다. 국내 반도체 시장 상황과 기업들의 올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다행인 점은 수요가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낮아져도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글로벌 낸드플래시의 매출은 592억달러(64조1,200억원)로 전망된다. 지난해 매출인 538억달러(58조3,000억원)보다 10% 증가한다. 이 같은 수요는 2020년까지 시장 규모를 550억달러 가까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 중국 공격적 투자·확대되는 영향력, 국내 기업 점유율 하락 우려

특히 중국의 영향력도 반도체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원인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말 중국의 반도체 시장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의 기업들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재를 영입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술 협렵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기업들이 연내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은 중국의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이폰용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서다.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올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 양산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중국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을 가능성은 크다.

애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거래를 이어온 바 있다. 다만 애플과 중국의 협상이 당장 국내 기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중국의 기술력이 상향될 2020년부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우려 해소 위한 ‘R&D’ 투자 확대 필요 

지난 16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지난해 반도체 기업 상위 10곳(매출 기준)의 R&D 투자 현황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34억1,500만달러를 투자해 4위를 기록, SK하이닉스는 17억2,900만달러로 10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생산을 위해 시설을 확대하는 시설 투자만큼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쟁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 및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비중은 매출액 대비 낮은 수준이다. 지난 16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지난해 반도체 기업 상위 10곳(매출 기준)의 R&D 투자 현황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34억1,500만달러를 투자해 4위를 기록, SK하이닉스는 17억2,900만달러로 10위를 기록했다.

양사는 지난해 점유율 순위에서는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했지만 투자 비중은 한자리 수준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5.2%, SK하이닉스는 6.5%에 불과했다. 상위 10곳에 이름을 올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대부분 20% 수준이다.

이들의 R&D 투자 비중은 지난해 점유율 2위를 차지한 인텔이 130억9,800만달러의 R&D 투자를 진행한 것과는 대조된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도 SK하이닉스보다 10억달러 가량 많은 26억5,600만달러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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