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오는 3월 제17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세청 고위직 출신의 사외이사를 내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LG화학이 내달 16일 제1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의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안건으로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 주목받고 있다. 국세청 출신의 인사를 내정해서다.

LG화학은 법인세 탈루 문제로 국세청으로부터 1,0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통보받고 지난 1월까지 소송을 이어온 바 있다. 이번 국세청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이 이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 ‘1,000억 악몽’, 그리고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 

LG전자의 제17기 정기 주주총회가 3월 16일 열린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의 안건을 다룬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사 선임의 건’이다. LG화학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김문수 전 국세청차장의 사외이사 신규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문제는 사외이사로 내정된 인사가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이다. 김문수 전 국세청차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2021년 3월 주주총회까지 임기를 지내게 된다.

기업의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경영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이다. ‘사외이사 제도’ 본연의 취지가 경영진 또는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변호사 등 기업과 무관한 외부 인사나 업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LG화학의 이번 행보는 주목을 끈다.

LG화학은 최근까지 국세청과의 마찰을 빚었다. ‘법인세 탈루’ 문제로 인해서다. 국세청과의 악연은 201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LG화학 본사에 조사4국 인력 40여명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혐의였다. LG화학이 LG하우시스를 분할하면서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세청은 몇 달에 걸쳐 세무조사를 진행, LG화학을 상대로 1,0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LG화학은 국세청으로부터 통보받은 추징금을 납부한 뒤 이의신청 등의 사후 절차를 밟는다고 전해졌다. 실제 LG화학은 1,000억원의 추징금을 전액 납부한 이후 2016년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한 LG화학은 2017년 항소했고, 지난 1월 발표된 2심 판결에서도 LG화학는 패소했다.

◇ LG화학 “사외이사 내정에 특별 배경 없어… 전문 인력이라 판단”

LG화학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 4년째 국세청과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LG화학의 사외이사 내정 인사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세청은 3대 권력기관 중 하나다. 정치(청와대), 사법(검찰·법원), 감독기관(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에 속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LG화학이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만큼 국세청과의 특별한 인연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의 고위직을 역임한 인사를 선임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향후 추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풀이다. 실제 상당수 기업들이 자사의 현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권력기관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일종의 바람막이 역할을 맡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문수 전 국세청차장을 사외이사로 내정한 특별한 배경은 없다”며 “각 사안의 전문가들을 검토한 뒤 공식 절차 내에서 선정하는 것이다. 재무 회계 분야도 반드시 있어야 되는 인력이라고 판단했다. 전문성을 고려해 선발하는 것이며, 분야의 제한은 없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놓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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