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자회사로 머천다이징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CJ엠디원이 한 해 매출 전액을 그룹 일감을 통해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디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국을 12년 만에 부활시키면서 대기업의 내부거래 실태 조사에 나선 가운데, CJ그룹의 한 계열사가 내부거래를 등에 업고 고속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자회사로서 머천다이징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CJ엠디원이다. 비록 이 회사엔 총수 일가 지분이 없어 부당한 내부거래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한해 수익의 전액을 그룹 일감을 통해 얻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 그룹 내부거래 업고 ‘쑥쑥’ 커진 CJ엠디원

1,237%. CJ엠디원이 14년 만에 이뤄낸 매출액 성장 규모다. 출범 첫 해인 2002년 97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연매출 규모는 14년 뒤인 2016년 1,297억원으로 크게 성장한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 이듬해와 비교해도 178%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낸다.

매출 규모가 늘어난 만큼 실제 손에 쥐는 돈도 증가했다. CJ엠디원의 영업익과 당기순이익 규모는 2016년에 55억원과 45억원으로 2003년 대비 350%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며 그룹의 위상에 걸맞는 계열사로 자리 잡는다.

CJ엠디원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던 배경엔 그룹의 지원이 컸다. 특히 지분 100%를 가진 모기업들의 남다른 보살핌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계열사 출범 초기에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CJ가, 2007년부터는 CJ제일제당이 모기업으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100%. CJ엠디원이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 규모다. 회사가 설립된 2002년부터 2016년 사이 몇 차례를 제외하곤 CJ엠디원은 연매출 전액을 그룹 일감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현재 모회사인 CJ제일제당에 편입된 후 내부거래 의존도는 더욱 심화됐고, 최근 7년 동안 내부거래 100%를 유지하고 있다. 즉 CJ제일제당을 위시한 그룹의 계열사들이 CJ엠디원에 일감을 주는 만큼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내부거래의 상당 부분은 CJ제일제당의 몫이다. 연매출의 2~3억을 제외한 나머지 수천억원의 매출이 CJ제일제당과의 거래에서 창출됐다. 나머진 같은 식품 계열사인 CJ씨푸드, CJ프레시웨이와 최근 한국콜마에 인수된 CJ헬스케어가 지원사격 역할을 맡아왔다.

CJ제일제당이 (주)CJ로부터 인적 분할되기 이전인 2007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역할은 지금은 지주회사가 된 (주)CJ가 도맡았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CJ엠디원의 연매출 84~100%를 당시 지분 전부를 보유했던 (주)CJ가 책임지다시피 했다.

◇ 공정 거래 바람에도… 제일제당 “사업 특성상 나타나는 구조”

그렇다고 CJ엠디원이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일감 몰아주기에 저촉되는 건 아니다. CJ엠디원은 총수 일가 지분이 없는 회사인 만큼 공정위의 부당한 내부거래 법망에 걸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 CJ제일제당 역시 이 같은 이유를 들어 CJ엠디원의 매출 구조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식품 판촉이라는 사업 특성상 주로 계열사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엠디원의 이 같은 현주소는 최근 재계 전반에 불고 있는 공정 거래 바람에 역행 한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상장사 구분 없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 20%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정한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체에 해당되지 않는 중소·중견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한 꼼꼼한 감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인식한 듯 일부 대기업에서는 자체 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그룹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내부거래위원회에서는 공정거래법 등이 규정하는 법적 요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LS도 주요 계열사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고 활동내용을 정기적으로 외부에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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