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 사건은 MB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다스와 연관된다.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그 수임료를 삼성전자에서 대납한 데 의혹이 제기됐다. 김경준 씨는 다스가 MB의 회사라고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경준 씨는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다. 벌금 100억원에 대한 노역형까지 선고돼 무려 10여년을 죄수로 지냈다. 만기 출소 뒤엔 미국으로 강제추방을 당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향후 5년간 국내 입국도 금지됐다. 예외 규정은 있다. 법무부 장관의 재량에 따라 입국을 허가받을 수 있는 것. 관건은 입국 이유다. 그의 입국을 허가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이 적기다. 

◇ “한국에 들어와 진실 밝힐 수 있길 바래”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의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증인이 바로 김경준 씨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 당사자이기도 하다.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김경준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삼성에서 40억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대신 지급한 것이다. 삼성은 왜 아무 관계없는 다스의 소송비를 내줬을까. 검찰은 ‘뇌물’로 봤다. 다스가 MB의 소유라고 판단한 셈이다.

김경준 씨도 검찰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월 미국 LA에서 만난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MB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다스가 자신의 회사로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40억원을 다스에 돌려준 배경에 대해선 함구했다. 2012년 대선 두 달을 앞두고 책 ‘BBK의 배신’을 출간하며 “MB의 대통령직이 끝난 후에 밝히겠다”고 폭로를 예고했지만,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을 미뤄왔다. “아직 때가 아니다”는 게 그의 공식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김경준 씨와 다스 측이 맺은 ‘합의서’를 주목했다. 다스 측에 140억원을 송금하는 것 외에 비밀유지 조항이 포함돼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그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BBK사건의 재조명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경준 씨의 출소 당일 특별면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인의 몸으로 한국에 들어와 진실을 밝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BBK사건으로 10여년의 수감생활을 보낸 김경준 씨가 지난해 3월 만기출소 직후 미국으로 추방됐다. 그는 미국에서 MB와 공범 관계를 주장하며 검찰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때문에 김경준 씨는 정권교체를 기대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 MB의 적폐 규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는 박범계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BBK사건에 대한 MB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를 입증할 결정적 자료 역시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전과 변함없었다. 김경준 씨는 자신을 ‘종범’으로, MB를 ‘주범’으로 불렀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MB를) 기소해봤자 대통령되면 검찰은 죽는다”며 회유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경준 씨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MB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폭로해 파문을 불러왔다. 검찰은 대선을 불과 2주 남기고 김경준 씨의 사기이자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후 MB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식을 나흘 앞두고 정호영 특검은 MB의 모든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김경준 씨만 처벌을 받았다. 억울했다. 옥중에서 ‘BBK의 배신’을 펴낸 이유다. 그는 ‘공범’ 관계인 MB의 검찰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재수사가 진행되면 김경준 씨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