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정춘숙·박홍근(민주당), 윤종필(자유한국당), 신용현(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성평등한 국회 더 좋은 민주주의’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가장 핵심은 정치가 (그동안) 남성에 의해서 지배돼왔다는 것, 다시 얘기하면 남성성이 너무 과잉됐다는 것,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런 남성성이 ‘괜찮다’ ‘남성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용인돼왔기 때문에 지속돼왔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여성은 침묵을 강요당해왔고 남성이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정치가) 재생산되고 강화돼왔다는 점이다.”(이진옥 여세연 대표)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성평등한 국회 더 좋은 민주주의’ 토론회가 7일 열렸다. 토론자로 나선 여성들은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남성성이 과잉돼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에 있는 여성 국회 보좌진들은 남성중심적인 정치문화가 수많은 국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의 여성 의원은 51명(약 17%)에 불과하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과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에 따르면, 이는 국제연합(UN)이 권고하는 수치인 30%에 미달하는 수준이고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평균인 22.7%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국회 여성 보좌진 현황을 살펴보면 20대 국회 보좌진 중 여성의 비율은 약 30%대다. 그마저도 상급인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7%에 불과하고, 최하급인 9급 비서엔 72.5%의 여성이 몰려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이진옥 대표는 “국회는 미투 운동에 응답해야 될 의무와 책무가 있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유권자인 국민의 요구와 요청에 반응해야 하는 조직”이라며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남녀동수로 구성하는 남녀동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여성은 침묵을 강요당해왔고 그래서 여성은 배제돼왔고 소외돼왔고 도태돼왔다”며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여성 공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여성 공천을 늘리라고 하면 기초의회에 여성을 몰아넣는다. 그게 아니라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교육감 등에도 여성을 공천하는 게 ‘미투’에 국회가 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여성정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보라 비서관은 “국회에서도 미투 증언들이 나오는데 문제는 이런 피해 사실을 발화할 수 있는 공간, 공적영역 자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라며 “그나마도 페이스북의 대나무숲(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제보가 되고 있다. 현직에 있는 보좌진일 경우 이름을 걸고 피해사실을 증언했을 때 불이익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런 익명의 사실들이 ‘실명화’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 비서관은 “피해자가 고립돼있지 않다는 확신을 어떤 구조에서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이런 ‘말하기’라는 건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 10년 간 피해자들의 증언과 말하기는 계속 이어져왔다. 기자들이나 의원들이 없는 공간에서 미팅 형식으로 여성 보좌진의 말하기 대회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피해사실이 말해지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말할 구조가 없어서 말해지지 않는 것일 뿐이다. (국회 보좌진 중) 여성의 90% 이상은 피해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될 듯”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혜인 비서관은 “요즘 남자 보좌진들은 ‘오해 받을까봐 무섭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 물론 심정은 이해는 간다. 정말 이게(성희롱이) 뭔지도 모르고 아예 인식 없는 분들도 계신다”며 “그런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여성 채용이나 여성과 일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문화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여성이 격리되는 거다. 여자랑 일하다보면 오해 받을 수도 있고 복잡한 일이 생기니 뽑지 말자는 극단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가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차원이 아니라 약자가 제대로 지원 받고 구제 받을 수 있는 자정작용의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차인순 입법심의관은 “조직문화의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범죄나 성희롱 사건 등 범죄와 비위사건과 관련된 조직을 보위하려는 논리가 해체돼야 한다”며 “특히 성추행·성희롱 가해자의 행위는 조직 역량을 훼손하는 행위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심의관은 “조직 내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대부분 위계적 권력관계에서 발생하고 은폐되기 때문에 가해자가 조직의 주요한 의사결정과 리더의 역할을 맡을 수 없도록 인사원칙과 세부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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