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정의용 실장 등 우리 측 특사단을 맞이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유튜브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의용 안보실장 등 특별사절단이 방북과정에서 북측의 정성스런 대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조율이나 협상과정에서 신경전이나 탐색전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쉽지 않을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정은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 참석자는 평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북측의 파격적 대우는 5일 오후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하자마자 계속됐다. 당시 우리 측 인사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바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일정조율을 위해 찾아온 김영철 부위원장이 바로 당일 접견과 만찬 일정을 통보해왔다. 당초 14분 정도의 조율과정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실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 신경전·탐색전 없는 일사천리 협상

이는 과거 남북협상 관례에 비춰보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실무협상이 열리면 양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북측이 김여정 제1 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했을 때에도 우리 측은 접견과 만찬을 짐작할 정도로만 흘린 채, 구체적인 시각과 장소는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상당한 신경전과 줄다리기가 있은 뒤에야 (정상과의) 만남이 이뤄진 전례가 있다”며 “오늘(5일) 보다는 내일(6일) 만날 것을 짐작했는데 (김영철 부위원장이) 접견과 만찬일정, 김 위원장의 참석여부를 바로 알려줬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이 때 “‘일이 잘 풀리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접견과 만찬 장소인 노동당 본관에서도 우리 측 특사단의 예상과 다른 장면이 나왔다. 특사단을 맞이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 부부장이 현관 앞까지 나와 있었던 것. 특사단은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걷지 않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비서실장이 현관 앞에서 맞이하고, 대통령은 현관 안쪽에서 기다리는 우리 측 의전과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던 게 사실이다.

6개 합의사항 협상도 일사천리로 끝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의용 실장이 (한미연합훈련 등) 안건을 꺼내려고 적어온 것을 보고 말을 시작했는데, 김 위원장이 먼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면서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며 “정 실장은 준비해간 메모를 말할 필요도 없게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6개 합의사항은 김여정 제1 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내용으로 김 위원장이 시원하게 답변을 내놓은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 외교무대 데뷔 앞두고 이미지 고려했을 가능성

유시민 작가는 김여정 제1 부부장의 방남 모습에서 북측의 기획력이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뉴시스>

특사단은 음식과 숙소환경에서도 북측의 세심한 배려를 느꼈다. 방한 때 우리 측 인사가 평양식 오반과 평양냉면에 관심을 보였고, 북측은 이를 잊지 않고 메뉴로 내놨다. 특사단이 머무는 숙소에서는 KBS, MBC, YTN을 포함해 전세계 방송채널을 시청할 수 있었고 심지어 네이버 포털을 통해 국내뉴스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경호도 딱딱했던 과거와 달리 “열린 경호”여서 특사단은 비교적 자유롭게 숙소생활을 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측의 파격적인 대우는 남북관계 발전 및 북미대화에 대한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사실상 김 위원장의 공식 외교 데뷔전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북미대화까지 진행된다면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대외적 이미지 형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에서 “김여정은 사실상 3대 세습하는 왕조국가의 공주다. 그런데 그 흔한 귀걸이 목걸이 등 장신구 하나 없이 화장기도 없는 얼굴로 옷만 걸치고 왔다”며 “통념을 상당히 뒤집는 방식”이라고 평가했었다. 그러면서 “의상 하나하나 다 의도한 것이라고 본다면 북측의 기획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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