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혼란과 갈등에 빠진 한국지엠에서 희망퇴직 신청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에서 씁쓸한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50대 직원이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많은 상처를 남긴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 희망퇴직 신청자의 극단적 선택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A씨(55)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7일. A씨는 1987년 입사해 30년 넘게 부평공장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공장을 떠나야할 처지가 됐다. 한국지엠이 진행한 희망퇴직 접수에 그 역시 신청했던 것이다. A씨에 대한 희망퇴직 승인이 통보된 날,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A씨는 최근 불안한 회사 상황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다른 개인적인 이유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무엇보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희망퇴직 신청은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단행했을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을 경우 존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마지막 희망퇴직’ 엄포를 놓기도 했다.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이에 한국지엠의 계획과 예상을 웃돈 2,5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A씨의 죽음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 현장 근로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지엠 사태의 원인 및 해결에 대한 책임소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당장 생업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최일선의 근로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9년 쌍용차 사태로 발생한 희생자는 2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죽음에 이른 해고 당사자와 가족의 수다.

물론 지금의 한국지엠 사태가 쌍용차 사태만큼 심각하다고 보긴 어렵다. 쌍용차 사태가 남긴 교훈이 있고, 정부의 기조도 달라 극단적인 갈등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고통에 노출되고, 그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사망하는 등의 일이 아닌, 개개인이 겪을 크고 작은 고통은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이러한 고통은 개인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사회적 손실과 비용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 같은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비용은 사태 해결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거나 뒤로 밀려나곤 한다.

A씨의 사망은 어쩌면 한국지엠 비극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사측과 노조, 정부 등 모든 주체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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