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더불어민주당 성폭력 관련 기사들을 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당내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과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가해 의혹이 불거졌고, 사면 복권 후 복당하려던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진실 공방도 진행 중이다. 특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후보들과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의 정치생명에 ‘빨간 불’이 켜지자 민주당의 선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10년 전 노래방에서 민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사업가의 폭로가 나오면서 민 의원은 “정치를 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제 자신에게 항상 엄격했다.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에 저는 의원직을 내려놓겠다. 그리고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주말 사이 민 의원의 재고를 요청했다고 한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민 의원을 직접 만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지 의원직 사퇴부터 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며 “(의원직 사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현역 의원이 아닌 시절이었을지라도 여성과 노래방에 간 일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그 자체가 평소 자신의 기준으로 봤을 때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 아무런 기득권 없이 자연인의 입장에서 진실을 규명해 명예를 되찾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1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대해 논의했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지금 국면에서는 사실관계 규명이 더 진행돼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당의 공식입장으로 사표를 수용한다든지, 반대한다든지 한다기엔 조금 이르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하지만 민 의원은 직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미 밝힌 대로 의원직을 사퇴한다. 앞으로도 어디에 있건 공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직 복당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정 전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당원 자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으로서 공식적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 전 의원과 관련한 당내 입장을 전하면서 “일단 당장 (복당심사가) 내일은 아니니까…”라며 “한숨부터 쉬고, 한숨 돌리고 말씀 드리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 전 의원은 민주당의 입장과 상관없이 무소속 출마라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 내용을 보도한 프레시안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정정보도와 사과가 없다면 ‘공직선거법상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사실 공표죄’로 고소하는 것을 포함해 제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처를 다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19대 대선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에 대해서는 보다 단호하게 대처한 바 있다. 당 지도부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온 뒤 두 시간 여 만에 안 전 지사를 출당 및 제명했다.

특히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으로 충남지사 선거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 방안을 고심 중이다. 때문에 안 전 지사의 최측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불륜 파문에 이례적으로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수현 전 대변인에 관해서는 사안 자체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보여진다”며 “당으로서는 사안 자체를 아주 엄중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공식적, 비공식적 대응들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애초 박 전 대변인의 예비후보 자격을 ‘적격’이라고 판단했으나, 이후 박 전 대변인의 ‘내연녀 공천’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박 전 대변인이 ‘부정청탁 거절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맞서면서 재심사를 결정했다. 이후 당 지도부가 박 전 대변인의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등 비공식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진사퇴 등 여러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식으로 최고위에서 저를 출석시켜 그런 통보를 한 적이 없다. 네거티브 공작에 굴복하지 않고 도민과 함께 하겠다”며 선거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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