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2배수 면접 통보 철회와 2015년 합의안에 따른 전원 복직을 촉구했다.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 SNS>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쌍용차로부터 복직도 아닌 면접 통보를 받은 해고 노동자 16명이 고심 끝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현재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이들을 포함해 130명. 이들은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복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해고자 단식 중에 ‘2배수 면접’ 통보한 쌍용차

지난 13일 사측으로부터 15일 오전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통보받은 해고 노동자 16명이 면접에 불참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를 논의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16일 오전 0시 무렵 노조 관계자는 SNS을 통해 “늦은 시간에 죄송하다. 쌍용차 상황이 급박하고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급하게 작성한 입장문을 첨부했다.

노조에 따르면 쌍용차는 법정 근무시간이 52시간으로 줄자 총 26명 채용 방침을 세웠다. 26명은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신규 채용자를 포함한 것으로, 각각 3대3대4 비율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비율대로라면 해고노동자는 7.8명만 복직을 하게 된다. 즉, 면접 대상자 16명 중 절반만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2015년 12월 30일 노조와 사측, 기업노조(3자)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167명)을 복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2016년 18명, 2017년 19명을 복직시키는데 그쳤다. 2017년이 다 저물어가도 전원 복직이 이행되지 않자, 지난해 12월 1일 김득중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 3명은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인도 뭄바이로 출국했다.

아울러 올해 2월 20일부터 이달 9일까지 노사는 여섯 차례 복직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2015년 합의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확답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달 1일부터 김득중 지부장이 쌍용차 공장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늘로 16일째를 맞는 김 지부장의 단식 농성은 이번이 4번째다.

단식농성과 고공농성, 원정시위 등 7년 동안 안 해 본 것이 없이 싸워왔던 해고 노동자들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복직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지난 1일부터 쌍용차 공장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김 지부장의 단식 농성은 이번이 네번째다. <이창근 전 쌍용차지부 기획실장 SNS>

이에 대해 노조는 “면접보라는 사측의 통보에 아내는 물론 노모가 버선발로 뛰어 나올 정도로 기뻐했지만 남은 해고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면서 “단식 중인 김득중 지부장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마힌드라 회장은 ‘2018년 내 해고자 전원 복직’이라는 노조의 요구에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점에 한 치의 의심이 없다’고 약속했다”면서 “이 약속을 계기로 노사간 교섭이 열렸지만 해고자 8명만 복직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2배수인 16명에게 면접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배수로 조합원들을 가르고 복직되는 동료는 단식 중인 동료와 복직이 안 된 동료에게 상처를 주면서 회사로 가야한다”면서 “사측의 분열 공작에 들러리 서지 않을 것이다. 대접받고 박수 받으며 당당하게 복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쌍용차, 면접 불참 선언에 “2015년 합의 위반” 주장

16명 전원이 면접 불참 의사를 밝히자 쌍용차 측은 노조에 이날만 두 차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은 해고자들의 행위가 ‘2015년 합의안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16일 오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측에서는 면접 거부가 2015년 합의안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2015년 합의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그 약속을 위반한 것은 해고 노동자들이 아니다. 우리에겐 이번 결정이 명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해고자들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사측은 지금까지도 해고자 복직에 소극적인데다 이제는 들러리까지 서라고 하고 있다”면서 “의도가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따를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는 2004년 중국 기업 상하이차에 인수된 후 5년만인 2009년 1월 매각됐다. 상하이차는 5년 동안 단 한 대의 신차도 출시하지 않았고, 디젤하이브리드 기술만 중국으로 유출됐다. 매각 과정에서 3,0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복직 투쟁 과정에서 29명이 목숨을 끊었다.

쌍용차는 지난 1월 기준 한국 시장 브랜드별 자동차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 3위인 한국지엠과는 판매량이 고작 169대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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