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 위치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 앞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강남불패’라는 명제가 다시금 입증된 격이다. 정부의 규제 폭탄에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전망이 무색할 지경이다. 10억원이 넘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특별공급에 1,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청약 희망자들 사이에서 “당첨되면 로또”라고 불리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얘기다.

건설‧부동산 시장에 디에이치 자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규제 약발이 먹히면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웠다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야말로 청약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자이 견본주택을 보기 위해 3일동안 4만3,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9일부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진행한 특별공급에는 458가구 모집에 1,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면서 자정이 넘도록 접수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규모는 신혼부부와 다자녀, 노부모 등 자격 조건이 한정된 특별공급에서는 보기 드문 숫자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본게임’인 1순위 청약 전부터 이 단지에 인파가 몰리고 있는 건 디에이치 자이만이 가진 특별함 때문이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낮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실수요자 외에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 것이다. 실제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160만으로 5,000만원을 넘어선 주변에 비해 낮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 아파트’로 불리고 있는 이유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평균 분양가를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 또는 ‘인근 아파트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두면서 발생한 일이다.

문제는 이 단지의 경우 중도금 대출길이 꽉 막혀있어 소위 ‘현금부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디에이치 자이와 같이 분양가 9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 이에 개인이 신용대출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인 만큼 결국엔 자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이 미계약 물량을 휩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약 당첨 후에도 중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잖을 것으로 예상한 듯,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40%에서 80%로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분양 열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국토부가 나서 위장가구를 걸러내기 위한 전수 조사를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조사비용과 인력 등에 한계가 있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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