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금액이 300억달러 달성에 실패했던 지난 2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설사들의 잇따른 해외 수주 소식에 3년 만에 300억 달러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켠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격적인 2분기 시즌으로 접어들자 전년과의 수주 실적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선전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과 함께 중동 지역의 시장성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달라진 게 없는 상반기 해외수주… 3년째 제자리

급격한 반전이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순항하는 것으로 보였던 해외건설 사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전년 대비 무려 150% 가까이 벌어졌던 수주 격차가 불과 일주일 만에 순식간에 좁혀졌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에서 체결한 금액은 89억7,300만달러(약 9조7,000억)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데 그쳤다.

해외건설 시장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다른 지표들 역시 마찬가지다. 총 290억달러 수주에 멈췄던 작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수주건수는 지난해 보다 1건 늘어난 157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건설사들이 발을 들인 국가도 같은 기간 2개 증가했을 뿐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금까지 총 154국에 진출한 바 있는데, 올해는 그 절반인 72개 국가와 계약을 맺었다.

해외건설의 현주소는 불황의 신호탄이었던 2016년 때와 견주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당시 총 수주액이 3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면서 10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는데, 지금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같은 기간 계약금은 91억달러에 육박해 올해 기록을 앞섰다.

전통의 텃밭인 중동에서의 부진이 컸다. 지난해 이맘때 쯤 총 53억달러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던 중동은 올해 아시아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중동의 전체 수주실적 규모가 28억달러로 크게 뒷걸음칠 가운데서 아시아가 45억달러로 치솟았다. 해외건설협회 중동 지역 관계자는 “보통 5억달러 미만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중동은 프로젝트당 규모가 10~20억달러로 큰 만큼 시장 변동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건설 텃밭’ 이름값 못하는 중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약진은 눈길을 끈다. 특히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한 72개 국가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계약(10억달러)이 이뤄진 싱가포르에서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이곳 싱가포르에서 올해 해외수주 마수걸이에 성공했으며, 쌍용건설과 대우건설 컨소시엄도 최근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을 물리치고 7억4,000만달러 규모의 병원 공사를 따내는 희소식을 전했다.

아시아발 수주 낭보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 차원에서 동남아지역 수주 확대에 힘을 실어 주고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은 오는 5일부터 4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국내 기업의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돕는다.

상승곡선을 그리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중동 지역 전망을 어렵게 한다.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배럴당 가격이 50달러를 돌파하며 무섭게 오르던 유가는 지난달부터 그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 최대 시장인 중동 지역이 예전수준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올해 역시 300억달러 달성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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