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언제부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허풍입니다."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구 말인지 알지?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 말이네. 2011년 9월30일에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우리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라고도 말했네. 지금 생각해도 MB는 참 후안무치한 사람이야.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는 누구나 저렇게‘새빨간 거짓말’을 못 하거든.

MB가 대선 후보로 등록할 때 프로필에 적은 가훈이 뭔지 아는가? 정직(正直)이었다고 하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의 가훈이 정직이라니? 그래서 내가 ‘거짓말’과 ‘정직’의 낱말 뜻을 잘못 알고 있는지 몰라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해봤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이 ‘거짓말’이고,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이 ‘정직’이라고 풀이되어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잘못 배운 것은 아니데. 이 나이에 국어사전을 다시 찾아봐야 하다니 당혹스럽구먼.

MB 재임 시기에 정직이라는 좋은 말의 가치를 떨어뜨린 사람이 한 분 더 있었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모든 국민이 정직해졌으면 좋겠다.”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군지 기억하는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건희 회장이 ‘호암의 경영철학 중 지금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으로 당당하게 했던 말일세. 그때 저 뉴스를 보고 혼자 얼마나 바보처럼 킥킥거렸는지… 왜 웃었냐고? 저 시기가 이건희 회장이 조세포탈, 배임협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후 MB로부터 이른바 ‘원포인트 사면’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거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었으니 씁쓸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이번 검찰 발표에 의하면 그때 사면이 다스 소송비 대납 대가였다고 하네.

최고의 권력과 부를 누리는 사람들이 왜 저렇게 파렴치한 짓을 할까? 돈이 많으면 더 이상 돈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것 같은데 왜 계속 허튼 소리를 내뱉어 뭇사람들의 비웃음을 살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저들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정치보복’이라고만 주장하는 MB의 모습이 참 가련하게 보일 뿐일세.

강남 유명 교회의 장로라는 분이 성경에 나오는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다’는 구절을 모르지 않을 텐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많은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잡으려고 평생 몰염치한 짓만 했는지 궁금하네. 욕망은 채우면 채울수록 커지는 갈증 같은 것임을 그는 몰랐을까? 그래서 옛 성인들은 욕망을 경계했었네. 노자는 『도덕경』 제44장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知足不辱), (적당할 때)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습니다(知止不殆). 그리하여 영원한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可以長久)”고 했네. 한 마디로 소욕지족(所欲知足) 해야 참 삶을 살 수 있다는 거지. 불교에서도 3독 중의 하나인 욕망이 우리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가르치네. 그래서 욕망을 갈애(渴愛)로 표현하며 경계하네. MB의 몰락을 보면서 혹시 나는 이른바 ‘내 안의 MB’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인지를 다시 묻게 되네.

내분비교란물질 즉 환경호르몬의 존재를 맨 먼저 밝혀냈던 레이첼 카슨이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에서 했던 말을 아직도 돈과 물질만을 추구하는 많은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네. 다시 동심을 회복하고 자연을 느껴보라고. 그래서 행복하게 살라고…

“어린이 앞의 세상은 신선하고, 새롭고, 아름다우며,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어른들의 가장 큰 불행은 아름다운 것,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추구하는 순수한 본능이 흐려졌다는 데 있다.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을 상실하는 일은 심지어 어른이 되기 전에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만약 모든 어린이들을 곁에서 지켜주는 착한 요정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부탁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지닌 자연에 대한 경이의 감정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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