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검찰은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 예우를 고려해 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제 김윤옥 여사만 남았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가족들은 차례로 소환조사를 모두 받았다. 아들 시형 씨는 다스의 우회상속 의혹과 함께 배임·횡령 혐의로,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는 MB의 불법자금 전달 통로 역할을 한 혐의로 검찰에 불려나갔다. 뿐만 아니다.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각각 다스 차명 보유, 매관매직 의혹을 샀다. 이들은 MB의 구속영장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검찰은 MB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MB의 불법자금 수수 과정에 연루된 ‘공모자’로 보고 있지만, MB가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영부인까지 소환할 경우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딜레마다. 관련자 진술에서 김윤옥 여사가 거론된 데다 직접 수수자로 지목된 금품 수수액도 상당수에 이르는 만큼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에선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 시기와 방식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내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조사 가능성

현재 김윤옥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4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챙긴 것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약 1억원)를 받아 명품 쇼핑을 즐겼다는 것 ▲17대 대선 전까지 10여 년 동안 다스 법인카드로 4억원 이상을 결재했다는 것 ▲재미 여성 사업가로부터 3만(약 3,200만원) 달러가 든 명품가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MB는 검찰 조사에서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면서도 한 가지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MB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해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북공작금’ 명목으로 사용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김윤옥 여사와 상관이 없다고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인 것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 법인카드가 등장해서였다. 카드의 해외 사용 내역과 김윤옥 여사의 출입국 기록이 일치하자 ‘형탓’으로 돌렸다. “아마도 이상은 회장 측이 (김윤옥 여사에게) 건네준 것 같다”는 게 MB의 설명이었다. 당사자인 김윤옥 여사의 진술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내주로 관측되면서 서울 논현동 자택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뉴시스>

조사는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 예우를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시기는 내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장소다. 검찰청사 대신 논현동 자택이나 서울 모처에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전례다. 권양숙 여사는 2009년 4월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당시 김해 봉하마을과 인접한 부산지검에서 비공개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참고인으로 나왔음에도 무려 11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김윤옥 여사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MB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마음이 더욱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는 MB를 껴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 나왔다. 이에 MB가 “울지마라. 괜찮다”며 김윤옥 여사를 다독였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MB는 담담한 표정 속에서도 가족들을 걱정했다. 특히 눈물을 숨기지 못한 아들 시형 씨에게 “왜 이렇게 약하냐. 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현동 자택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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