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모습 <노동신문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한반도 비핵화’가 언급됐다. 이는 특사로 북한을 다녀왔던 정의용 안보실장이 전했던 것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초강경파 인사를 안보라인 전면에 배치하는 등 ‘리비아식’ 협상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지는 북한과 중국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28일 중국 관영매체 등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남 관계를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북남·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일단 관계개선의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남한과 미국이 선의의 노력으로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해결될 수 있다”며 ‘선의’라는 조건과 함께 ‘단계적 비핵화’의 뜻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원하는 ‘리비아식’ 협상을 북한이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리비아식 협상이란 ‘선 핵폐기 후 경제지원’이라는 비핵화 로드맵이다. 리비아 카다피 정부가 미국과 이 같은 방식으로 합의해 ‘리비아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은 리비아와 2003년 합의 후, 검증을 거쳐 2005년에 가서야 제재를 풀고 국교를 맺었다. 그러나 독재자 카다피는 2011년 재스민 혁명과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를 목도한 북한이 같은 방식의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리비아 방식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리비아가 핵을 먼저 폐기하면 그 다음에 경제지원을 해 주겠다고 해서 핵을 폐기했더니 (미국이) 경제지원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 장관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을 할 때도 북측에서 ‘우리는 (리비아식으로) 안 한다’ ‘우리는 그런 바보가 아니다’고 했다”며 “(미국 측이) 리비아 방식 얘기하는데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까지 북미 양측이 양보 없는 대립각을 형성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협상에 앞서 각자가 원하는 카드를 꺼내놓고 입장을 좁혀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추호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면, 애당초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비핵화 관련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판문점에서는 남북고위급 회담이 개최된다. 우리 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천해성 차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참석한다. 회담자리에서는 남북정상회담 날짜와 의제, 핫라인 설치 등이 논의된다.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이고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초석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이 언제 개최될지 오늘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의제와 실무접촉, 핫라인 등 여러 안건들도 있는데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는 만나서 이야기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같은 날 오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장제츠 중국 정치국위원과 회동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북중 정상회담의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 등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측이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면담한 결과를 시 주석에게 설명했었다”며 “이번 양제츠 위원의 방한은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우리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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